“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군부 정권 아래서 살아남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활동가 마웅 사웅카는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이렇게 말하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다. 절박하고 결연했다. 전날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반(反)쿠데타 시위대 38명이 숨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는 또 다시 거리에 섰다. 죽음의 공포도 민주화 열망을 가로막을 순 없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도 최대 도시 양곤 곳곳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나무와 쓰레기 봉지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탄이 터졌을 때 얼굴 등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바닥 곳곳에 놓아두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또 다시 총격을 가하고 최루탄을 쐈다.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선 전날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19세 여성 차이신의 장례식이 열렸다. 시민 수백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시위대는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을 치켜든 채 비통한 심정으로 거리를 행진했다. 차이신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검은색 티셔츠에 적힌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나가며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으로 다시 태어났다.
불교성지 버간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과 “우리 지도자를 석방하라”를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리를 메웠다.
이날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최소 54명이 숨지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군경이 전국의 평화적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는 것은 완전히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며 “미얀마 군부는 살인과 구금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경찰 최소 19명이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미얀마 군부의 명령을 피해 이웃 국가 인도로 피신했다. 군사 쿠데타 이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거나 군부에 항의하다 체포된 경찰은 있었지만 명령에 불복종한 뒤 자국을 탈출한 사례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