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산하 의료규제 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이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평가에 착수했다.
EMA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동반심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반심사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 상황에서 의약품이나 백신을 신속히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평상시 평가 절차를 개시할 때는 모든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동반심사 때는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확보된 자료만 검토 대상이 된다.
EMA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 및 임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동반심사를 결정했다”며 “임상 연구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와 면역 세포 생산을 유발하고 보호를 돕는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평가해 백신의 혜택이 위험보다 큰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스푸트니크V 백신이 효능, 안전성, 품질에 대한 EU의 일반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도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1, 2차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승인해 안전성과 효능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난달 세계적인 의학잡지 랜싯을 통해 스푸트니크V 백신이 최종 3상 임상시험에서 예방효과 91.7%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개도국뿐 아니라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EU 국가들까지 스푸트니크V 백신에 관심을 보이며 도입을 타진하는 중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 등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에 따르면 현재 이 백신을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해 42개국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