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로 치받은 윤석열...문 대통령은 '주저없이' 떠나보냈다

입력
2021.03.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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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오후 3시 15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사의 수용' 발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부른 윤석열. 그의 사의를 문 대통령이 받아들인 데는 '7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긴 고민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은 그간의 '분노'를 드러냈다. 이후 약 45분 만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과의 악연을 단박에 정리하기로 작심했다는 뜻이다.

윤 총장의 시선은 정치를 향해 있다. '차기 대권'이 목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든, 문 대통령에겐 이미 타격이다. '위험한 인물'이란 경고를 무릅쓰고 2019년 윤 총장을 기용한 건 문 대통령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헌법의 파괴'를 말하며 그만둔 것 자체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남겼다.


"文, 헌법 파괴" 규정한 윤석열… 정권 가치 부정

윤 총장은 '사퇴의 변'에서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을 전면 부정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한 건, 문재인 정부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일격이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기용할 때 청와대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그런 윤 총장이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하다 중도 사퇴한 것은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 윤 총장의 사퇴가 '권력의 외압이 있었음'으로 읽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 총장뿐 아니라 최재형 감사원장, 신현수 전 수석 등 문 대통령이 직접 고른 사정라인 인사들과 연이어 척을 지게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강직한 사정라인 인사 발탁 → 정권 아킬레스건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충돌'이라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권을 보위할 인사만 쓰겠다는 것이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文 검찰총장" 40여일 만에 사퇴... 文 리더십도 상처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윤 총장을 끌어안으려 했다.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약 두 달 만에 '정치'를 향해 내달리는 것으로 문 대통령을 치받았다. 통치의 기본인 대통령의 '용인술'에 의문 부호가 새겨졌다.



'文 분노'에 '尹 정치적' 판단... 빠른 사의 수용 결론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곧장 수용했다. 주저하거나 고민하거나 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어떤 수사도 없이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사의 수용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도 거의 받지 않았다. 굳이 설명을 보태지 않겠다는 태도에서도 불쾌감이 읽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속하게 끊어내 검찰과의 갈등을 진화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현수 전 수석의 사표를 곧바로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 사표는 법무부에 접수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행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