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상대 북한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태도가 신중하다. 동맹 결속을 강조하며 대북정책 윤곽을 좀체 내놓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부터 개선한 뒤 그 발판 위에서 북한과의 외교에 본격 착수한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첫 해외순방 행선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위협을 줄이기 위해 역내 동맹인 한국ㆍ일본과 협력하고 외교관에게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을 통해서다. 문건 형태지만 1월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북한 관련 직접 언급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대북정책은 아직 검토 중인 상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달 25일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올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정권간 공식 접촉이 여태 없었고 지금은 동맹 및 동반국들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라는 정부 고위당국자 발언을 인용했다.
실제 현 단계에서 거듭 언급되는 건 동맹이다. 성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미일 안보 화상 세미나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관계뿐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 강화에도 전념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간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며 “북한의 도전에 대한 3국 간 협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삼각동맹 복원 시도를 주도하는 인물은 블링컨 장관이다. 이날 WP는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 재구축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 한미일 3국 협력이 재개된다면 블링컨 장관이 그 배후에 있을 거라고(한국 관리) 전했다. 2015년 한일 양국을 압박,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유도한 인물이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던 블링컨 장관이었다.
문제는 대북 외교 공백기에 생길 일들이다. 일단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이날 한미연구소(ICAS)가 연 화상 세미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할 때까지 북한은 역내의 가장 당면한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 건 오해 불식 차원으로 해석 가능하다.
협상이 교착하는 동안 북한의 핵 개발이 멈추지 않을 게 분명한데, 이것도 미국에는 골칫거리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위한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수단이 대북 경제제재다.
그러나 역내 한미일 동맹 외교의 궁극적 대상은 결국 중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전략 지침에서 중국을 유일한 경쟁 상대로 꼽으며 대중(對中) 전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민주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더 큰 싸움을 위한 교두보를 쌓는 게 대북 접촉 재개보다 미국에게는 당장 더 시급한 일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