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과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 사이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해리 왕자 부부의 새로운 폭로가 담긴 미국 토크쇼 방송을 나흘 앞두고 왕자비가 왕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왕실은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며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서섹스 공작부인(마클 왕자비)이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보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왕가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를 용납하지 않는다. 인사팀이 관련 정황을 살펴볼 예정”이란 성명을 냈다.
전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마클 왕자비가 켄싱턴궁에서 생활하던 2018년 개인 비서 2명을 괴롭혀 쫓아냈고, 1명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을 겪게 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리 왕자 부부의 공보 담당 비서가 사태를 보고했지만, 오히려 해리 왕자가 “더는 파고들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왕실과 해리 왕자 부부 간 갈등이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지난해 1월 해리 왕자가 독립을 선언하고 왕실 구성원으로서의 공식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이들 부부와 왕실 간의 불화설은 끊이지 않았다.
공교로운 건 보도와 성명의 시점이다. 해리 왕자 부부가 최근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했는데, 7일 미국에서 방영될 이 인터뷰의 내용에 마클 왕자비가 왕실에서 당한 인종차별과 괴롭힘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이 포함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이미지 손상을 걱정한 왕실이 선제 공격에 나섰다는 게 왕실 주변의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뉴스는 다음주 인터뷰 방송 전 메건을 깎아내리려는 시도의 결과”라며 “부부가 왕실을 떠난 뒤 갈등이 더 심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날 사전 공개된 인터뷰 예고 영상에서도 마클 왕자비는 왕실이 이들 부부에 대한 거짓말을 기정사실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왕실 성명이 해당 내용이 보도된 뒤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 역시 이들의 갈등이 첨예하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왕실이 그간 스캔들에 대해 내부 조사는 물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