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아닌 제대로 된 심리치료가 성범죄 재범 막아"

입력
2021.03.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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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란 코사코리아 대표 인터뷰 
"의식 교정하면 잠재적 피해자 예방"
코사코리아 거친 178명 재범률 3% 이하
성도착 등 병적 치료로 시스템 확대 기대

"재범을 막자.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도록 만들자.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오직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정란 코사코리아(COSA Korea·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 Korea·후원과 책임의 공동체) 대표는 성범죄자 상담심리 관련, 손꼽히는 국내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09년 여성가족부 의뢰로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성범죄 가해자 교육을 진행한 이후 12년째 법무부 심리치료 이수 명령 프로그램 외부 전문 강사로서 교도소 내 성범죄자들을 만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코사코리아 사무실 등에서의 만남과 추가 전화 통화로 그의 경험과 성범죄자 심리 치료의 필요성 등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우선 성범죄자들에게도 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말했다. 물론 100%는 아닐 수는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담심리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굳어져 갔다고 했다. "계속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을 일으킬 것 같다"는 우려, "꾸준히 도와주면 안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코사코리아와 함께 한 본격적인 성범죄심리 치료 전문가 길은 2011년 시작됐다. 출소 후 연계치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법무부 지원으로 '코사 캐나다 본부'에 다녀왔다는 교도관들을 소개받은 것이다. 1994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코사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 출소자들을 상담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교정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시키는 지역 사회 기관. 박 대표는 그때부터 머릿속으로 '한국형 코사'를 떠올렸다. 2013년 코사 본부를 찾아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귀국 이듬해 곧바로 코사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이 곳을 거쳐간 성폭력 사범들만 해도 178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성범죄자 대상 심리치료를 '가해자 지원'으로만 보는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가해자 치료가 무슨 필요냐는 주장, 지원 자체가 되레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 아니냐는 목소리, 급기야 성범죄 출소자들과 관련된 논의가 대부분 '영구 격리'나 '사형'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박 대표는 "가해자가 불쌍하기 때문에, 가해자 죄가 약하기 때문에 치료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성폭력 가해자들을 완전히 격리하는 게 불가능하고 결국 출소자들이 사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 "사회 안전망 차원의 꾸준한 교정, 교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성범죄 출소자들의 의식 교정은 곧 잠재적 피해자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가 교정과 교화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박 대표는 개인상담 등을 기간 제한 없이 무료 진행하고 있는 코사코리아를 거쳐간 성범죄 출소자들 가운데 동종 재범을 저지른 비율은 3%를 밑돈다고 밝혔다. 2019년 경찰청 발표 기준 전체 성범죄 재범률 6.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인 것이다.

박 대표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유형, 대인 관계 능력에 문제가 있는 유형, 성장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유형 등 성범죄자들에겐 다양한 문제가 있다"며 "범죄 동기를 내밀하게 분석해 치료 가능한 성향이 있다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인 재범 감소책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심리치료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성중독과 성도착 등 병적 증세의 치료 시스템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정기관 내 심리치료는 처벌적 성격이지 완전한 치료를 담보하는 과정은 아니다"라며 "출소 후 적절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범죄 성향은 늘 억눌린 채로 잠재해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