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빗장 건 北, 인권·경제 상황 더욱 악화"

입력
2021.03.03 22:21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보고서에서
"북한 내부의 인도적 활동 거의 중단된 상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중 외부 세계와 더욱 고립되면서 고질적 인권 침해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북한이 취한 과감한 봉쇄 조치들이 되레 인권과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유엔 조사관이 밝혔다. 토머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팬데믹 기간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의 가중된 고립은 고착화한 인권 침해를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퀸타나 조사관은 북한이 국경 폐쇄 및 국내ㆍ외 이동 제한 조처로 중국과의 교역이 감소하면서 시장 기능이 매우 축소됐고 필수 식량과 의약품, 국유 공장 가동을 위한 원재료 부족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을 강타한 태풍과 홍수가 ‘심각한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필수품, 의약품, 농업재료, 국유공장 원료 등이 모두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북한 내부의 인도적 활동도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퀸타나 보고관은 전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국제 지원 요원은 단 3명뿐이며 봉쇄로 인해 구호 물품들은 중국 국경에 발이 묶여 있다고도 밝혔다. 구걸에 매달린 아동과 노인들이 늘고 기아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는 상황도 덧붙였다. 퀸타나 보고관은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코로나19 예방 조치의 부정적인 결과가 전염병 자체의 영향보다 불균형적으로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의료 및 원조 인력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퀸타나 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유엔 조사관의 지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앞서 유엔이 제기한 반인도적 범죄 혐의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방역을 위해 국경 폐쇄, 대부분의 국제 여행 금지,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을 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부조차 밝히고 있지 않는 상태다. 국제 백신협력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퍼실리티는 5월 31일까지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4,000 회 접종분(85만2,000만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힌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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