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기를 밥 먹듯...파타고니아에선 렌터카보다 중고차

입력
2021.03.06 10:00

<158> 파타고니아 자가 차량 여행법 1탄

수년 전 1년 10개월가량 중남미를 여행한 바 있다. 한국에 돌아오자 모두들 토끼 눈을 뜨고 물었다. “칠레 다녀왔지? 아르헨티나는 어땠어?”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잔뜩 기대하는 이들에게 꿀먹은 것마냥 해 줄 얘기가 없었다. 한국에서 '중남미 여행'하면 으레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빠지지 않는데, 당시 우리의 여행 리스트에 두 나라는 없었기 때문이다. 계절이 발목을 잡았고 준비가 미진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여행의 꽃은 파타고니아다. 남미의 최남단, 이곳 여행은 계절을 심하게 탄다. 애당초 칼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 여행자는 여름(한국을 비롯한 북반구는 겨울)에 이곳을 찾는다. 12월에서 2월 사이, 추위가 살짝 물러나고 낮 기온이 평균 영상 15도를 오르내리며 여행의 의지를 지피는 계절이다. 다른 계절엔 폭우와 폭설을 동반한 혹한이 발목을 잡는다. 탐험가의 도전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기억하라. 파타고니아에선 산 넘고 물 건너며 무릎 관절을 고단하게 하는 트래킹이 최고의 여행 방법이라는 것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초 다시 남미에 갔고, 이번엔 파타고니아 여행에 도전했다. 파타고니아의 면적은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100만km². 대서양을 좌청룡으로, 태평양을 우백호로 두고 있다. 눈 덮인 안데스 산맥과 피오르 해안, 맑고 푸른 호수 등 천혜의 자연이 여행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 대자연을 제대로 즐기자면 차를 타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을 밥 먹듯 건너야 한다. 여행객의 발길이 집중되는 관광지, 이른바 '핫스팟' 사이의 거리는 당연히 멀고도 길다. 창 밖 풍경이 모래바람뿐일 때도 많다. 파타고니아를 제대로 맛보려면, 개인 차량으로 최소 3개월의 여유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풍문이 아니었다. 실제 돌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건 여행의 정석이었다.

그래서 질렀다. 현금자동지급기(ATM)의 수수료에도 벌벌 떠는 우리가 차를 사 버렸다. 변명 겸 합리적 이유를 대자면, 이 지역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안쓰러울 정도로 불편하고, 우린 무모하게 히치하이킹을 할 정도의 패기가 사라진 중장년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었다. 차를 구입하기에 앞서 물론 렌터카를 물색했다. 파타고니아의 도로는 대체로 친절하지 않다. 급커브와 비포장도로의 조합이다. 장거리 운행이 필수이고, 허허벌판에서 ‘차박’을 해야 할 아찔한 순간도 자주 맞닥뜨린다.


이런 상황이니 차를 빌릴 때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숙박 가능한 사륜구동이다. 경고하건대, 칠레의 렌터카 비용은 금값이다. 차박이 가능한 조건을 무시하고, 성능 좋은 사륜구동 차량을 검색했더니 한 달 평균 400만원가량이었다. 수입이 제로인 여행자 주제에 당연히 과소비라 여겼다.

이럴 바엔 차를 구매해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린 뒤 다른 여행자에게 파는 게 남는 장사였다. 호주에선 불발에 그쳤지만 칠레에선 이 방식이 유효했다. 우리가 탔던 중고차를 사 줄 여행자들이 전 세계에서 끝없이 파타고니아로 몰려드는 까닭이다. 세상엔 넓고 모르는 것은 많았다. 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든든한 도움을 준,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중고차 거래상 수지 산티아고(Suzi Santiago)를 알게 되었다. 다음 회는 시행착오에 근거해 중고차를 이용한 파타고니아 여행 실전으로 이어진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