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나오며 3일 백신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기사들이 나왔다. 다수 언론은 ‘AZ 백신 접종 후 사망’ ‘부작용 여부 확인 안 돼’ 등의 제목을 달아 객관적으로 보도했지만 일부는 ‘고령층 접종확대 불안감 확산’이라며 공포를 키웠다. 전문의들이 제발 속보경쟁을 하지 말고 부작용이 확인되기 전까진 신중하게 보도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백신 거부가 확산되면 국민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부라지만 언론이 방역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두고 보기 힘들다.
□ 많은 이들은 이런 보도를 비판하며 ‘기레기’ 탓을 한다. 게으르거나 나쁜 기자가 정치적 목적이나 사적 이익에 사로잡혀 나쁜 기사를 쓴다고 치부하는데, 경험상 그렇지는 않다.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취재한 과학기자 시절, 많은 기자들이 왜 과학적 팩트를 무시한 채 황 박사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석사논문을 위해 몇몇 기자를 인터뷰했을 때 오보와 편향 보도를 만든 그들은 악마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 그들은 열심히 일했다고 강변했다. 다만 “그때는 황 박사의 거짓을 몰랐다”고 했다. 자신이 보도한 뉴스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심지어 오보인지 잘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독자층의 기대와 일치하는 뉴스에 대해선 문제를 걸러내는 시스템(적절한 취재원 확보, 팩트 교차 확인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문제의 뉴스는, 진실이 아니어도 팔리는 뉴스를 생산하려는 언론사 조직과 조직 논리에 묻어가려는 기자 개인의 합작품이다. 코로나19 보도에서도 재현된 일이다.
□ 이날 정부는 백신 관련 허위 정보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에 신고 게시판을 운영하고 삭제요청, 수사의뢰 등 조치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뉴스가 걸러질 것 같지는 않다. 방통위가 예를 든 것처럼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 ‘백신을 통해 유전자를 조작한다’ 등 뚜렷하게 틀린 팩트가 아닌 한 허위로 판단하기 어렵고 자칫 언론 통제로 비칠 수 있다. 언론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악마화된 기자를 탓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