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가 4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양회는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중국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가 운영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자리다. 또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첫 정치행사인 만큼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도 관심이다.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5일 전인대 개막에 맞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진행하는 정부업무보고다. 그중 관심은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쏠려 있다. 앞서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치른 양회에서는 6~10%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7.8%, 국제통화기금(IMF) 8.1%, 세계은행 7.9%, 노무라증권 9% 등 관련 기관들은 중국이 올해 8%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역대 최대 재정적자율(3.6%)을 기록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기부양이 부채를 늘려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중국 제일재경은 3일 “코로나19 위기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시지 않아 올해도 구체적 경제 성장목표를 확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한 ‘기술 자립’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올해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시작이기도 하다. 중국은 2035년까지 GDP를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양회에서 컴퓨터 칩, 수소자동차, 생물공학 등 신기술 분야의 서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향후 5년간의 구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시선은 집권 2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10월 공산당 20차 당대회에 맞춰져 있다. 이미 연임 제한을 철폐한 터라 이때 3연임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치적이 필요하다. 양회의 정치적 의미가 중요한 이유다.
시 주석은 올해 중국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자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가난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연내 ‘샤오캉(小康ㆍ모든 인민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사회’ 진입도 선포할 참이다. 양회에 이어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2035년까지 실현할 장기발전전략과 신중국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 최종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완성'이라는 로드맵도 공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양회는 2049년 목표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첫해에 열린다”며 “시 주석의 영도에 따라 역사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자”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올해 들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선거제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선거에 나설 후보의 자격을 심사해 민주진영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축제가 홍콩에는 크나큰 충격파인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을 확정한 뒤 6월 전인대 상무위를 열고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법 제정 절차를 한달 만에 일사천리로 끝낸 것이다. 이후 홍콩에는 보안법 위반자 검거 광풍이 불었고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 선거는 1년 연기됐다. 올해 양회와 홍콩 정세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회 성격상 중국 지도부가 미국을 직접 조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단결과 우위를 강조하면서 우회적으로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