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군정의 개 거부한다'... 자치기구로 맞서는 미얀마 시민들

입력
2021.03.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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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등서 또 15명 군경 실탄 맞고 사망 추정
군부, 시위대 체포 위해 각 구청에 보안팀 신설 
시민 자치위 저항 운동, 양곤에서 전국으로 확산 
CRPH도 총리 대행 자체 임명, 군 통치 견제

"군정의 개이자 미친 독재자의 하인들은 우리 시민들의 등을 찌를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얀마 양곤시 북 오칼라파 구청을 점거한 시위대는 이처럼 반군부 구호를 목놓아 외쳤다. 시민들은 군부가 시위 주동자 체포를 목적으로 급조한 '보안팀'의 활동을 막기 위해 구청 정문을 걸어 잠근 뒤 결연하게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진압이 일상이 된 군병력은 즉시 무기를 들었고, 경찰봉으로 시민들을 구타했다.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다가 이젠 실탄을 발포하고 있다. 3일에도 사가잉과 만달레이, 양곤에서 최소 15명이 군과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더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오히려 양곤에서 시작된 보안팀 거부 기세는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프런티어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민들을 분노케 한 보안팀은 지난달 22일 군부의 기습적인 행정명령으로 구성됐다. "지역사회의 법과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대외적 명분이지만, 조직 구성과 활동 내용을 보면 군부가 지방행정을 빈틈없이 장악하기 위한 수순이다. 각 지역 보안팀의 책임자는 군 장교가 맡았으며, 팀원들은 현직 경찰 혹은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출신들이다. 보안팀은 부임 첫날 지방 행정관들을 불러 "군부에 복종하라"고 못 박았다. 이어 군의 야간체포 작전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각 마을 '자경단'에 대한 단속을 지시했다.

시민들의 대항 카드는 '자치위원회 구성'이었다. 구청 폐쇄로 인한 지방행정의 공백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총선에서 선출된 각 지역 하원의원과 시민 대표들에게 풀뿌리 민주주의 최소 업무를 맡긴 것이다. 실제로 양곤 시민들은 지난달 말 시위대 측 변호사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진영이 만든 연방의회대표위(CRPH) 등에 자문해 11명의 자치위 위원을 뽑았으며, 세부적인 업무 지침을 만드는 중이다. 자치위 도입 움직임은 이달 들어 만달레이와 사가잉 지역 등 중ㆍ북부로 전파되고 있다.

수도 네피도에선 군부의 삼권 장악에 맞선 투쟁이 필사적이다. 전날 CRPH는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국회의원 4명을 국무총리와 외무ㆍ노동ㆍ산업 계열 장관대행으로 자체 임명했다. 민간 과도정부를 구축해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는 취지다. 유엔 총회에서 반군부 연설을 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 역시 이날 "군부의 해임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며 CRPH와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시민들의 저항 규모가 갈수록 커지지만 군부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쿠데타 이후 총 1,213명을 체포한 군부는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포함한 장관급 이상 고위 관료 5명을 기소했으며, 150여명의 공무원을 '시민 불복종운동(CDM)' 참가를 이유로 해임하거나 직무를 정지시켰다.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 체포된 외신 및 미얀마 기자 29명 중 6명도 최근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