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계·시민단체, 램지어 논문의 진실 알리는 학술대회 연다

입력
2021.03.03 11:00
이영채 교수 "14일 日서 램지어 비판 학술대회 개최"
"영미권서 부활하는 역사 수정주의 비판 성명 낼 것"
"일본선 램지어 교수의 일본 정당화만 알려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 학계와 시민단체가 일본 사회에 램지어 교수 논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나선다.

14일 일본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비판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일본 정계와 재계가 영미권에 퍼트리는 역사 왜곡의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3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14일 학교와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미국과 영어권, 한국에선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제 당사자인 일본에선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있었다"며 "그래서 뒤늦게 준비하고 있다. 많이 동참하고 있고 일본에서 학자들이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점은 주목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램지어 교수의 논문으로 영미권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 역사 수정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이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 일본 수정주의 입장은 거의 사망 선고를 받았다"면서도 "이게 영어권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학계와 시민단체 입장에선 역사 수정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권 내에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사회, 극우 세력의 합작물이란 점 인식 못 해"

이 교수는 일본에선 이번 램지어 교수 논문 사태에 대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극우 세력의 역사 부정·왜곡 움직임은 일본 사회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주요 신문은 다루지 않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거의 알고 있다"면서도 "대신 램지어 교수가 오히려 일본을 정당화하는 부분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어권 내 학자들 또는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 일본 정부와 역사 수정주의자, 극우 세력의 합작물이란 건 전혀 인식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 시민은 램지어 교수 같은 경우, 일본 정부 대홍보 전략에 대한 비용 증액과 일본 기업이 영어권에서 연구소를 지은 결과라는 걸 모른다"며 "오히려 영어권에서 위안부 문제를 (일본 입장에서) 대변해주고 역사 수정주의가 정당화됐다고만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시민 사회와 학계가 문제의 본질을 더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 문 대통령 3·1절 기념사 평가절하"

이 교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은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가 정권 초기에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 학술회의 정치 개입, 측근 비리로 지지율이 급락해 원칙론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보수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혐한 정책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지만, 일본 언론은 이를 평가절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보수 언론은 오히려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발언이라고 주장한다"며 "올림픽 개최 협조로 한일 관계에 대한 좋은 여론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입장은 (관계를 개선하려면) 한국이 더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보고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으로 돌린다"며 "보수 미디어들은 3.1절 기념사에 대해 일본보다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