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합계출산율 0.84명 기록은 충격적이다. 매년 수십조원 예산이 들어가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기 어려웠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일 뿐만 아니라 1.0명 이하를 기록하는 국가도 우리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워라밸 기대가 높아져서? 정책으로는 일-육아 양립을 해결할 수 없어서? 등등.
작년 한 해 27만2,4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2000년도 64만명과 비교해 가파른 감소이다. 통계청의 출생아 수 인구추계를 보면 출산율 저위 수준보다 더 낮은 2018년 출산율 유지 시 시나리오라는 게 있다. 추계에 따르면 2047년에는 19만명대로 진입한다. 그런데 이것은 2020년 출생아 수를 32만4,000명으로, 실제보다 5만2,000명 더 많은 수로 가정한 것이니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은 긴급경보의 상태이다.
그런데 인구의 양으로서의 1명의 출생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아동의 탄생을 들여다보면 저출생 이상으로 참담함을 느낀다. 최근 2년간 사건들을 보면, 한파 속에 '신생아'가 탯줄이 달린 채 4층 창밖으로 던져져 숨지고, '생후 82일' 된 아이는 시끄럽게 운다고 아빠가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아 숨졌다. 생후 8개월에 입양된 '16개월' 아이는 입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나고, '5세' 아이는 의붓아빠가 버릇없다며 강하게 밀쳐 숨졌다. '9세' 아들은 여행용 트렁크에 감금당하며, '10세' 조카는 물고문 학대로 사망했다. '9세' 딸은 쇠사슬로 묶이고 달군 쇠젓가락으로 고문받는 고통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여러 아동‧청소년들이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들의 동반자살로 인해 희생자가 되었다. 학교폭력은 또 어떤가. 초등학교에서는 집단따돌림과 언어폭력, 중학교에서는 사이버폭력 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심지어는 학교폭력으로 또래 청소년들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한다. 청소년들의 우울과 스트레스는 성인 못지않고,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 된 지 오래이다. 우리 사회는 부끄럽게도 아이들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신생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아동기에 노출되는 여러 위험들을 보자면 사회가 긴급경보를 울려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우리나라 9~17세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28개 국가(평균 7.6) 중 꼴찌(6.6)이고, 스페인,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아동‧청소년들이 가장 행복하다(8.0 이상). 국내 상황을 봐서도 국제 비교를 봐서도, 우리 사회는 아동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이다.
프랑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85명이다(2020년 추정). 결혼과 출산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높고, 여러 국가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해왔다. 아동행복지수는 보통이거나 높다. 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동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서 출산할 생각이 없어요"라는 어느 30대의 말에 울림이 있다. 아동의 관점에서 저출산정책을 다시 들여다보자. 아동‧여성‧가족정책과 통합적으로 접근해보자. 아동의 권리를 지키고,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사회혁신과 사회투자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