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가짜뉴스'에 연일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줄 것을 '특별 당부'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한목소리로 '가짜뉴스 소탕'을 외치는 건, 왜곡ㆍ과장 정보에 현혹된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거나 회피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해서다. 정부가 공들여 준비한 백신 접종 체계에 구멍이 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백신이든, 백신의 안전성을 정부가 약속하고 책임진다"며 "정치권과 언론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를 경계하면서 안정된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백신 가짜뉴스 주의보'를 내린 건 지난달 26일 첫 접종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다. 3ㆍ1절 기념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정부는 백신 접종 전략과 물량 확보, 접종 계획과 접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언제나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백신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경계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1일 국민들에게 가짜뉴스를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면, 오늘은 정치권과 언론에 가짜뉴스를 전달하거나 퍼뜨리는 데 동조하지 말라는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가짜뉴스의 구체적 사례까지 나열하며 경계를 신신당부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사례는 '낙태아의 유전자로 코로나 백신을 만든다' '접종 받은 사람들은 발작을 일으키고 좀비처럼 변한다' 등의 내용이다. 정 총리는 "터무니없는 내용임에도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특히 방심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가짜뉴스를 신속히 삭제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심위 역할이 막중하다"며 "코로나 또는 백신과 관련된 60여 건의 심의사항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는 지난 1월 말 임기 만료 이후 위원 추천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위원회 구성이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방심위 구성을 조속히 마무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일제히 나선 건 '가짜뉴스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때 가짜뉴스로 인해 독감 접종을 주저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며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만큼, 코로나19 백신 가짜뉴스는 사전에 '주의하라'는 경고음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판단이 여권 내에 있었다는 것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최근 방통위 측에 별도로 '백신 가짜뉴스를 직접 챙겨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여기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가짜뉴스가 악재로 작용할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에 '가짜뉴스에 속지 말라'는 백신을 맞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원래 백신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 더해, 가짜뉴스로 인해 주저하게 되는 사람까지 생긴다면 정부의 백신 접종 성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