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칭찬

입력
2021.03.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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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칭찬하는 사람이 그림 앞에서 ‘와, 사진 같아요!’라고 한다. 그림의 사실성이 뛰어나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서 잘 찍힌 사진을 칭찬할 때는 ‘와, 그림 같아요!’라고 한다.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림은 사진으로, 사진은 그림으로 빗대면서 칭찬하니 참 모순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외양이 깜찍하다고 칭찬할 때는 ‘와, 인형 같아요!’라 하면서, 그럴듯한 인형에 감탄할 때는 ‘와, 사람 같아요!’라고 한다. 집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와, 맛집 음식 같아요’라 하고, 식당 음식을 먹으면서 ‘와, 집밥 같아요!’라고 한다. 그야말로 ‘칭찬 돌려막기’인 셈이다.

흔히 ‘-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은 우선 다른 것과 비교하여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백옥 같은 피부’가 그 예다. 이 말의 두 번째 뜻은 주로 그런 부류에 속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관념에 비교 대상을 묶으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여행은 제주도 같은 곳에 가야지’라 했다면 화자 머릿속의 여행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같아요’ 표현을 사람에게 덧붙인다면 쓰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반화된 생각을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외국인에게 ‘와, 한국 사람 같아요’라 하지만, 사실 한국 사람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감탄을 담은 선한 마음에서 나온 말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마치 ‘어머, 사진이 참 잘 나왔네요’와 같은 유형의 칭찬이 아닐까 한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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