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밀집시설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 감염이 속출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발언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방역 사각지대로 꼽혀온 외국인 밀집 시설에 대한 방역 대책 부족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2일 경기 동두천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84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근무시간 외 같은 나라 출신 동료들과 주로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고 양주 등에는 이들이 종종 모이는 장소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진천의 닭 가공공장에서 밤새 외국인 근로자 10명과 내국인 1명이 전날 오후 11시30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달 28일 러시아 국적 50대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튿날인 1일 배우자 등 가족인 50대 러시아인 2명이 추가 확진됐다.
역학조사 결과 신규 확진자들은 지난달 발생한 ①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플라스틱 제조업체 확진자 관련, ②양주시 광적면 섬유업체 관련, ③포천시 섬유업체 관련, ④인천시 서구 무역업체 관련 외국인 근로자 등 기존 집단 감염 지역 확진자와 접촉을 한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요즘 방역 지침 더 안 지키는 듯하다. 시리아인들도 가족 모임, 이슬람 종교모임 등을 단체로 해서 집단 감염 일으키더니. 남의 나라에 살면서 지침 안 지킬 거면 돌아가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집단 감염이라 조금 안심되기도 한다. 우선 외국인이 근처에 오면 무조건 도망가려고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전부 이동금지 명령 조치 내리고 싹다 전수조사 해야 할 듯싶다" "명절이나 휴일에 경춘선 타보면 외국인 노동자들 나들이 많이 간다" 등 근거없는 비난이나 감정적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난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만을 표출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시국에 외국을 자유롭게 오간 것도 아니고 이번에 단체로 감염된 것도 공장 환경의 영향이 크다 하는데 왜 그러냐"며 "외국인이 설에 어딜 가겠나. 반대로 공장 내 내국인이 외부에서 바이러스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노동자라고 너무 부정적 시선으로 보면 안 될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집단 감염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폐쇄적 공동체를 갖고 있어서 그들 내부적으로는 확산이 쉽게 이뤄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내국인과의 교류는 많지 않아 쉽게 확산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그들의 존재 자체를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도 지난해부터 불법 체류자도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는 체류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바 있다"라며 "오히려 비닐하우스나 좁은 방에서 다닥다닥 밀집돼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의 생활 환경을 역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