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세대 간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성장과 발달의 시기를 팬데믹의 혼란 속에 보낸 세대는 생애에 걸쳐 다른 세대에 비해 뒤처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에 전쟁, 역병, 기근과 같은 재난을 경험한 세대가 인근 세대에 비해 건강 및 사회경제적 성과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필자도 한국전쟁의 첫 10개월 동안 태아기를 보낸 세대의 교육 성과, 직업의 질, 건강 수준이 그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가 타당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은 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식량부족, 독성물질 노출, 심리적인 충격 등을 통해 건강과 인적 자본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과거의 재난들은 신체와 인지·비인지 능력 발달이 왕성한 아동에게 더 큰 타격을 입혔다. 반면, 코로나19는 대면접촉의 단절, 교육의 파행, 노동시장 충격 등 다양한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대다수 연령층에 충격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부터 대학 새내기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은 다르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회를 잃는 경험은 동일하다. 교육의 질이 낮아진 학생들, 취업이 막힌 청년들, 중년의 실직자들 모두 남은 생애 동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필자는 세대 간 불평등보다는 세대 내 계층 간 불평등 확대가 코로나19의 더 어두운 그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고 더 오래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계층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컨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배움의 질 저하는 대안적인 교육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비정규직과 자영업 종사자들은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재난의 피해를 복원하는 능력도 계층 간에 차별적이다. 건강과 인적 자본에 대한 사후적인 투자는 재난의 충격으로 인한 손상을 어느 정도 치유함으로써 장기적인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재난의 상흔은 이러한 복원 능력이 취약한 계층에게 더 오래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필자가 연구한 한국전쟁의 사례도 재난의 충격과 복원력에 있어서 집단 간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태아기에 경험한 한국전쟁의 부정적 영향은 38선에 가까운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일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는 이 지역 주민들이 더 심각한 전쟁의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종전 후 식량이 풍부했던 지역에서 아동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태아기 한국전쟁 경험이 발육과 교육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후적인 영양공급이 태아기 건강의 손상을 어느 정도 복원시킨 것으로 설명된다.
자연적·경제적 재난이 개인의 건강과 사회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시기와 국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 사회의 제도와 정책에 따라 재난으로 손상된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발생한 코로나19의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개인과 우리 사회가 짊어지게 될 장기적인 비용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국내 백신 접종과 함께 팬데믹과의 긴 싸움이 조만간 끝나리라는 조심스러운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장차 닥칠 수 있는 다른 재난에 대비하는 일의 끝은 아직 멀고 아득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무엇보다 가장 약한 사람들의 고통을 살피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