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 디자이너 개

입력
2021.03.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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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푸', '말티푸', '골든두들'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어느 유투버가 영국에서 데려왔다는 '카바푸' 는 카발리에 킹찰스 스패니얼과 푸들이 혼합된 품종이다. 마찬가지로 '말티푸'는 말티즈와 푸들이 섞인 품종이다. 몇 년 전, 처음 이런 이름을 들었을 때는 말티즈를 닮은 믹스견을 '말바리'라고 별칭처럼 부르는 의미와 비슷하게 생각했었다. 순수혈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지는 건가 하는 순진한 착각도 했었다.

보통 여러 품종이 섞여 있을 때 잡종견, 혼혈견, 믹스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말티푸 코카푸 등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순수 혈통인 두 가지 다른 품종을 교배하여 만들어진 이종교배종(crossbred)이다. 번식업자들 사이에서 일명 '디자이너 도그' 라고 불리며 인기리에 생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디자이너 도그는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번식업자들은 하이브리드 품종이라며 각 품종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배된 품종이라고 광고한다. 예를 들면 골든두들(골든 리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종)은 골든리트리버의 장점과 푸들의 장점을 결합한 품종이라는 식이다. 정말 그럴까?

품종은 모두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개와 고양이를 인위적으로 골라 교배해서 만든 결과물들이다. 품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동물을 대하는 가치가 드러난다.

품종은 말그대로 상품의 종류다. 생명체에게 쓰이는 단어라기엔 당혹스러운 의미다. 품종, 즉 ‘강아지라는 상품의 종류’를 만드는 과정이 생명존중이나 윤리에서 벗어나 있는건 당연하다. 형질이 같은 개체끼리 골라서 교배하면 그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질 확률이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친교배가 불가피했다. 또, 태어난 자손이 원하는 특성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 생명들은 강제로 사라졌다. 사실, 아주 이기적이고 무식한 흑역사다.

윤리적인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오로지 원하는 '외모'를 가진 품종을 만들기 위해 동물의 건강이나 신체적인 결함은 깡그리 무시한다는 점이다. 건강보다는 아름다움을 위해 배려 따위는 상관없이 교배하는 것이다.

불독이나 퍼그를 보면 원하는 외모로 만들기 위한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이 드러난다.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눈앞은 주름지고 흉곽이 눌리고... 사람은 주름을 펴려고 몇 십만원 몇 백만원씩 쓰면서도 말이다. 불독은 수명을 만 5년을 넘기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불독의 평균 수명이 수컷은 2.5년, 암컷은 3.8년 정도라고 하니.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품종은 취향에 맞는 ‘외모’를 위한 인위적 교배의 잔혹한 결과물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현대에도 사람들은 또 자기의 취향에 맞는 개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 도그, 디자이너 캣 역시 말만 그럴싸할 뿐 동물 학대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당하는 경우다. 정말 디자이너 개는 두 품종이 가진 장점만을 취하게 될까? 두 품종이 가진 유전적 질환의 발병 가능성은 두 배가 된다. ‘카바푸’는 푸들이 갖지 않아도 될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이 가진 유전적 질환이 추가되는 셈이다.

체구도 다른 두 품종의 자연교배는 어렵다. 결국 인위적으로 교배하기 위해서 강제교배가 된다. 또, 인공수정이란 명목으로 정액을 넣은 주사기를 개의 몸속에 강제로 집어넣는 인위적 행위 자체는 생명도 윤리도 고려하지 않는 동물학대다. 이게 인간에게 '가장 좋은 친구'를 대우하는 방식일까?

디자이너 개. 그 디자이너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훨씬 더 능력 좋은 하늘에 맡기자. 우주의 기운으로 디자인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디자이너 도그들이 늘어나길.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