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오도산(1,134m)과 거창 우두산(1,046m)은 지천에서 마주보고 있다. 거창 가조면을 통과하는 광주대구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남쪽엔 오도산, 북쪽엔 우두산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이름처럼 닮았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간직한 산이다.
합천 오도산은 아래서 올려다보면 산기슭을 일부러 깎아낸 것처럼 오뚝하고 아찔하다. 그래서 하늘의 촛불이라는 의미의 천촉산(天燭山)이라 불렀고, 까마귀 머리처럼 산꼭대기가 검다고 해서 오두산(烏頭山)이라고도 했다. 그러던 것을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 김굉필(1454~1504)과 정여창(1450~1504)이 주변 계곡을 둘러보고 유교의 도를 진작시킬 목적으로 오도산(吾道山)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도선국사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는 설도 있다.
높고 험산 산이라 등산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산꼭대기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개설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KT 중계소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묘산면 소재지부터 약 10km 이어지는 산길은 급커브와 급경사가 반복된다. 노면도 거칠어 운전대를 잡은 사람도 멀미가 날 정도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길이다.
7부 능선쯤 도로변에 ‘한국의 마지막 표범 서식지’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1962년 2월 11일 산 아래에 사는 황홍갑씨가 노루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에 표범이 걸려들었다. 몸무게 10kg정도의 수컷 표범은 9일 뒤 서울 창경원 동물원으로 옮겨져 ‘한표(韓豹)’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인도 표범과의 교배로 두 마리의 새끼까지 낳았지만, 1973년 숨을 거두면서 한반도에서 표범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표범의 서식지였던 산을 차로 오르게 됐으니 미안함이 없지 않다.
이곳부터는 높이만큼이나 전망이 시원하다. 남측으로는 맞은편 산골짜기까지 파고든 다랑이 논밭과 합천댐 호수 풍광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1989년 준공한 합천댐은 저수량 7억 9,000만톤으로 국내 다목적댐 중 6번째 규모다. 합천군 서쪽 산자락을 파고든 호수 주변으로 도로가 연결돼 있어 드라이브로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기기 좋은 곳이다. 근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찍은 합천영상테마파크도 호수 가까이 있다.
북측으로 눈을 돌리면 거창 우두산 산자락이 치마폭처럼 유려하게 흘러내려 가조면 평야와 이어진다. 바로 앞에는 미녀산, 그 뒤로 가야산 바위 능선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웅장하면서도 푸근하다.
오도산 서쪽 깊은 골짜기에는 경남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오도산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숙박만 하는 시설이 아니라, 명상ㆍ요가ㆍ걷기ㆍ온열치유 등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숲 해설을 겸하는 치유의 숲이다. 소나무가 빼곡한 산책로를 걸어도 좋고, 해발 700m 산자락을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만 들어도 청량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적용중인 현재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쉬고 있는 상태다.
소의 머리를 닮았다는 우두산의 ‘거창항노화힐링랜드’도 경남 웰니스 관광지다. 5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계곡 주변으로 무장애 산책로와 야외 명상 시설, 숲 도서관 등을 갖췄다. 숲을 활용한 치유 겸 휴식 공간인데 바로 위에 위치한 ‘우두산 출렁다리’ 때문에 거창군이 고민에 빠졌다. 경치가 빼어난 데다 협곡의 세 지점을 연결한 국내 최초의 Y자형 출렁다리라는 특성 때문에 지난해 개장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힐링랜드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산림휴양시설은 통과하고 출렁다리만 가는 주객전도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현재는 출입을 막고 있지만, 다시 문을 열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산 아래서 셔틀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