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손실을 메울 재난지원금·손실보상제 등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최근 여당 일각에서 '증세론'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연초부터 20조원 가까운 지원책을 내놓은데다, 올해 추가 지원 정책도 연이을 전망이어서 재원조달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든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 임기가 고작 1년여 남은 시점에 제기되는 뒤늦은 증세론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주 중 초고소득층, 대기업에게 한시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사회연대특별세’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 더해지는 ‘코로나 위기 극복 목적세’ 형태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이다.
앞서 같은당 이원욱 의원은 “한시적 부가세 인상으로 손실보상기금을 마련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며 “연간 70조원이 걷히는 부가세를 1~2%포인트 인상해 온 국민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지난달 1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지금쯤에는 증세 방안을 재정당국에서도 공론화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세금을 더 걷자는 주장은 코로나19 극복 비용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부 떠넘길 수는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현재 예상되는 정부의 각종 코로나 지원책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시적 증세가 유례없는 일도 아니다. 독일은 통일재원 마련을 위해 1991년 소득세와 법인세의 7.5%를 사회연대세로 부과했고,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해 2012년 소득세의 2.1%를 부과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연대 특별세’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재정지출을 감당할 여러 영역에서의 재원조달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증세의 실현 가능성부터 논란이다. 통상 증세 문제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뒤,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다. 납세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여러 차례 “증세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다음달 서울시장,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세를 여당이 본격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준다거나,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대형 국책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쓴다고 하면서, 한편에서 증세를 거론한다면 납세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증세가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경과 관련해 증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의장은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해 조세부담을 늘려야 된다는 이야기는 지난 10여년간 여야가 끊임없이 제기했던 문제”라면서도 “추경 관련 논의를 증세 문제로 끌어가는 것은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