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퍼진 MZ세대 ‘아파트 열풍’엔 이유가 있다

입력
2021.03.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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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MZ세대 
'패닉바잉' 아니어도 아파트 선호
"투자 위험 낮은 것도 한몫"

#. 대전에 사는 A씨(31)는 신혼집을 구할 때부터 무조건 아파트만 알아봤다. 자금 부족으로 신축 아파트를 매입할 수가 없어 우선은 구축을 전세로 계약했다. 한동안 전세로 살다 지난 1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A씨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학원, 마트가 인근에 있는 아파트에서만 살아 빌라 거주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 전북 전주시에서 아들 둘을 키우는 주부 B씨(36)씨는 결혼 후 소형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렸다. 이후 두 차례 이사로 점점 평수를 넓혀 현재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거주한다. B씨는 “아이들을 위해 주변 생활 환경을 우선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대단지는 집값 상승 측면에서도 유리해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 큰손 MZ 세대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가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단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MZ세대는 40대를 넘어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큰손’으로 부상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월별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현황'에 따르면 MZ세대로 일컫는 20, 30대의 매입 건수는 지난해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인 3만6,177건을 찍었다. 전체 아파트 매입 건수(10만6,027)의 34.1%에 해당한다.

30대만 따져도 매입 건수가 2만9,079건으로 이전까지 큰손이었던 40대(2만8,824건)를 따라잡았다. 지난해 1월부터 30대 매입 건수가 40대를 추월한 서울에 이어 전국으로 30대의 아파트 매입 열풍이 퍼진 셈이다.

올해 1월 아파트 매입 건수도 30대가 1만7,140건으로 40대(1만7,077건)를 압도했다. 20대 이하까지 합친 1월 MZ세대의 아파트 매입은 총 2만1,245건으로 전체(6만4,371건)의 33%를 차지했다.



공간 친화적에 실패 없는 투자 대상

시장에서는 집값 폭등에 따른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지난해처럼 일어나지 않더라도 향후 MZ세대의 아파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MZ세대는 도심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아파트 키즈’이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서 모든 일상을 편리하게 영위한 경험이 있어 이들에게 부동산은 곧 아파트로 통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골에서 자라 도시에서 직장을 다닌 1950~60년대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아파트란 공간에 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그간 살아온 일상 공간이 아파트라 당연히 아파트로 가야 한다는 경향이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 붙은 부동산 시장을 경험한 MZ세대에게 아파트는 ‘실패 없는 투자 대상’으로도 인식된다. 박원갑 위원은 “한번도 (집값의) 우하향을 겪어보지 못한 MZ세대는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면서 “부동산은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도심 아파트는 이미 표준화된 상품이라 투자에 따른 위험 요소도 크게 없다”고 분석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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