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쪽 '김정은 위인전'... 문 대통령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입력
2021.02.28 16:48
6면
김정은 집권 10년 '위인과 강국시대' 발간
"핵에는 핵으로" 국방력 과시
남북·북미 회담 성과 자화자찬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집권 10년 차를 맞아 그간의 성과를 종합한 책을 펴냈다. 일종의 ‘김정은 위인전’이다. 핵무기 개발과 북미 정상회담을 주요 치적으로 선전했는데, 북한 특유의 스타일 대로 모든 공을 김 위원장에게 돌렸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제목의 도서 전문을 공개했다.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이 책은 621쪽에 걸쳐 김정은 집권기의 국방,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성과를 나열했다. 출판사 편집부는 서문에서 “김정은 원수님을 최고영도자로 높이 모시고 근 10년 세월이 흘렀다”며 “이 길지 않은 나날에 공화국은 아득한 높이에 올라섰다”고 총평했다.

가장 눈에 띈 건 핵무력을 과시한 대목이다. 책은 ‘핵에는 핵으로’라는 소제목을 붙인 글에서 2016년 수소탄 실험과 이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 ICBM ‘화성-14형ㆍ15형’ 발사 시험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대 세력들과는 오직 힘으로, 폭제의 핵에는 정의의 핵 억제력만이 통할 수 있다. 경제건설을 위해서도 강력한 핵 무력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핵 위협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신조라고 전했다.

대외 분야 성과로는 북미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꼽았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이듬해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소개에 15쪽을 할애했고, “세기의 최강자인 경애하는 원수님에 의해 국제 사회의 정치적 지각과 역학구도가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우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내용은 잘라냈다. 판문점 회동 역시 북미 정상 간 재회에 초점을 맞춰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부각했다. 당시 만남을 적극 지원한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다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북남 관계의 극적인 변화는 전적으로 원수님의 확고한 통일의지와 대범한 아량, 동포애적 조치에 의해 마련된 역사적 사변”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문선명 통일교 총재 등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고 일화를 소개했지만, 문 대통령의 이름은 없었다.

책은 또 "군사적 긴장 상태의 지속을 끝장내는 것이 북남관계 개선과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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