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하시지메 이사오)은 괴팍하다. 연로한데도 자동차를 손수 몰아야 한다. 접촉사고로 차가 파손됐어도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식이다. 아이까지 둔 자식들은 그런 노인이 불안하기만 하다. 삶의 많은 부분에 대해 체념할 때도 됐는데, 여전히 목소리를 꺾지 않는 아버지가 슬쩍 얄밉기도 하다. 가족 사이에는 은근 고랑이 생긴다. 작전을 수립해서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다.
노인은 완고하다. 신체적으로 늙었다고 하나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은퇴를 했을 뿐 아직 생생하다는 생각에서다. 자꾸 자신을 퇴물 취급하는 자식들에게 서운할 뿐이다. 누가 번 돈으로 먹고 입고 자랐는데, 다 키워놓으니 아버지를 가장 자리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은 여전히 건강한 신체로 삶을 즐기고 싶다. 아내가 북구로 평생 소원인 오로라 여행을 간 사이 차를 몰고 음식점 여사장과 은근슬쩍 데이트한다. 그러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난다. 오래도록 친구들 사이에서 소식이 끊겼던 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화로 떵떵거리며 살던 친구인데 초라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다른 동창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호기로웠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노인의 생각대로 노인은 즐길 권리가 있다. 자신의 주장을 개진할 권리 역시 있다. 현재가 있기까지 과거에 매진했던 그들의 노고를 고려한다면 당연하다. 노인에 매사 불만인 큰아들(니시무라 마사히코)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 아버지의 상황을 고려하며 위험한 운전을 중지시키고 싶은 작은 아들(쓰마부키 사토시)과 작은 며느리(아오이 유우)의 태도가 그나마 공감을 살만하다. 그렇다고 큰아들만 비판할 수 없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노인 역시 문제다.
깨달음은 황당하면서도 서글픈 사건이 벌어지면서 생겨난다. 노인의 동창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닥친다. 늙어버린 몸을 고려치 않고 지나치게 즐기다가 사단이 났다. 노인은 가족과 소원했던 동창의 모습을 보며 자식들과 관계를 되짚는다. 자식들은 노인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긴다.
영화는 경쾌하다. 절묘한 연기 조화와 위트로 웃음을 부른다. 인생에서 가장 슬프다는 순간에서도 웃음을 뽑아낸다. 노화라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불우한 운명을 단조보다 장조로 전한다. 가족이 있기에 시간이 드리운 어둠을 걷어낼 수 있음을 웅변하려 한다. 평범한 소재임에도 이야기가 지닌 메시지는 꽤 오래 공명한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야마다 요지(90) 감독의 2017년 작품이다. 영화광을 자부한다면 감독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야마다 감독은 1969년 첫 선을 보인 영화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로 유명하다. 토라라는 남자가 전국을 돌며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안겨 온 시리즈로 야마다 감독은 48편까지 만들었다. 야마다 감독은 ‘황혼의 사무라이’(2002)와 같은 진지한 수작 사극 영화도 연출했다. 여든이 넘어서도 1년에 한편 꼴로 신작을 선보이는 노익장이다. ‘가족은 괴로워2’에는 삶에서 배어난 웃음을 제조해내는 야마다 감독의 장기가 잘 반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