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백신 언제쯤?" 문 대통령 질문에…정은경 "순서 늦게 오시길"

입력
2021.02.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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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백신 접종 첫날 현장 점검 
정치권 '1호 접종' 논란 의식한 듯 질문도


"국민들이 백신을 전혀 불안해 할 필요 없이 빨리 많이 맞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서울 마포구보건소를 찾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방역 당국 관계자들에게 당부한 메시지다. ‘안전하고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현장에서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65세 미만 요양병원ㆍ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등 28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 "역사적인 1호 접종 지켜봐도 됩니까"

이날 마포구보건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첫 접종자인 김윤태(60) 푸르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원장이 들어서자 “역사적인 1호 (백신) 접종이신데 접종하는 것 좀 지켜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김 원장은 “영광입니다”라면서 자리에 앉은 뒤, 간호사에게 “아프지 않게 놔달라”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아니, (김 원장은) 의사 선생님인데…”라며 농담을 했다. 이번 백신접종에서 아동들이 제외돼, 어린이병원 종사자인 김 원장이 이날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에게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백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말씀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김 원장은 “(백신) 안전성이나 효과성은 이미 검증돼 있다"며 "(백신 접종이) 우리가 빠른 게 아니고 처음 맞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포구보건소의 두 번째 백신 접종자는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사 이정선(32)씨였다. 문 대통령은 이씨에게 “요양시설에 종사하는 분들이 백신을 맞자는 분위기인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고위험군인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빨리 접종을 진행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정은경 청장 "대통령은 (백신 접종) 순서 늦게..."

정치권에서 촉발된 ‘대통령 백신 1호 접종’ 논란을 의식한 듯한 대화도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참관에 앞서 문 대통령은 정은경 청장에게 “대통령에게는 언제 기회를 줍니까”라고 물었다. 옆에 있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청장님 대답 잘하셔야 한다"고 추임새를 넣자, 정 청장은 “순서가 좀 늦게 오시기를”이라고 답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솔선수범해서 먼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면 맞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정 청장은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하고 백신 맞게 되면 대통령이 솔선수범할 필요 없으니 순서가 자연스럽게 밀리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신 접종 현장 참관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께 회복하고 도약하는 봄이 다가왔다”며 “하지만 접종과 별도로 조금만 더 방역의 끈을 팽팽하게 당겨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