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시작한 남한, 연일 방역만 강조하는 북한

입력
2021.02.27 12:00





남한이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 극복에 한 발 다가서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방역만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마스크를 쓰고 무궤도전차에 탑승한 주민들의 사진과 함께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선전선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남한에서는 국내 첫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전국 보건소 등으로 배송됐고, 이튿날 일제히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방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노동신문의 기사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로, 6차례였던 지난달보다 많다. 특히, 남한 각지에서 백신 수송 및 접종 등 예방접종의 전 과정에 대한 훈련이 진행된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방역사업을 독려하는 특집 및 일반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당원과 초급 일꾼(간부)들이 앞장서고 비상방역전에 총력을 집중하여 인민의 안녕과 조국의 안전을 사수하자"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더욱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1년 넘게 지속돼 온 북·중, 북·러 국경 봉쇄 조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5일 철길 위로 짐을 실은 수레를 밀면서 국경을 빠져나온 평양 주재 러시아 외교관 일행의 모습은 이 같은 국경 봉쇄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1년 이상 국경이 봉쇄되면서 여객 운송까지 중단된 탓에 이들 대사관 직원 가족들은 평양에서 기차로 32시간, 버스로 2시간을 이동한 후 1㎞ 가량 철길을 따라 수레를 밀어야 했다.

장기간의 국경 봉쇄 조치는 심각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야기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북 체코대사관 관계자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몇 달째 설탕과 식용유를 아예 찾을 수 없다”며 “커피나 치약도 없어졌고, 현지 재배 채소나 과일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도 지난 9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식료품과 약품조차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청정국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 내 실제 상황은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화이자 백신과 치료제 원천기술의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26일 첫 접종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남한에 비해 북한의 코로나19 백신 수급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자체적인 집단 면역 형성이 불가능하다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올 한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코로나19 방역은 지난해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우선 순위 정책이다. 김 위원장은 11일 종료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2차 전원회의에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최대의 긴장성과 경각심을 견지하고 전국에 강한 방역 규율을 세우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조처를 취하라”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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