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에 초대형 백화점 홀로 오픈…현대百 정지선의 '역주행'

입력
2021.02.28 12:00
폐점 속출하는데 '휴식 위주 랜드마크'
"점포 자체가 콘텐츠" 호평 속 
'여의도 공동화현상' 극복 과제


코로나19로 온라인시장이 파죽지세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신세계·현대를 일컫는 ‘백화점 빅3’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죄다 40% 가량 주저앉았고 대형마트는 수익성 없는 매장을 없애고 인원 감축까지 하며 몸집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기간에 유통 시장에서 벌어진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서울 최대 규모 '더현대서울'을 오픈하면서 ‘백화점의 틀’을 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도전에는 비장함까지 묻어난다. 업계에선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간 생존경쟁 차원이 아니라 온라인에 맞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휴식과 여가...오프라인 장점 극대화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2015년 판교점 이후 5년 만에 출점한 현대백화점의 16번째 매장이다. 백화점 빅3 중 올해 서울에 새 점포를 여는 건 현대백화점뿐이다. 더현대서울은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넓은 영업면적(8만9,100㎡)을 자랑하는 초대형 백화점이다.

기존 백화점들과의 차별점은 과감한 공간구성이다. 복도 너비는 8m로 다른 백화점(4m)의 두 배에 달한다. 내부에 기둥을 없애고 건물 외부에 크레인을 달아 하중을 분산시키는 공법으로 실내에서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유리천장을 통해 자연 채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디자인도 여느 백화점과는 다르다.

실내 한복판에는 생화와 생목을 심고 인공폭포를 배치하는 등 ‘휴식 위주의 랜드마크’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3,300㎡(약 1,000평) 규모의 실내 공원 ‘사운즈포레스트’와 12m 높이 인공폭포 '워터폴가든'을 중심으로 카페와 식당이 늘어섰다. 매출과 직결되는 매장 수를 판교점에 비해 30%가량 줄이는 대신 각 매장의 공간을 20%씩 확장했다.

이처럼 휴식공간을 넓힌 파격적인 시도에 업계에서는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다. “매장 대신 휴식공간을 확대한 것은 굉장히 큰 모험”이라면서도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엔터테인먼트나 집객용 시설을 충분히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갔지만,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는 게 더현대서울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연령대별 맞춤형 매장으로 전 세대 유혹

세대별 선호도에 맞춰 ‘가야 할 이유’를 공략한 점도 더현대서울의 특징이다. 가성비를 중시하고 한정판 상품의 재판매가 활발한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명품시계 리셀샵이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브그즈트(BGZT) 랩’, 빈티지 의류만 모은 빈티지라운지 등을 입점시킨 것도 백화점에는 새로운 시도다.

백화점 최대 규모 가전매장인 삼성·LG 메가스토어와 모든 상품군을 갖춘 약 990㎡(300평) 규모의 나이키스포트플러스, 시범운영 중인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 시가전문매장, 빈티지라운지, 키즈 전용 유튜브 스튜디오 등 다양한 연령대의 취향을 매장 구성에 반영했다.

주말에도 여의도에 불을 켜는 게 과제

다만 전통적인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백화점 업계에선 ‘주말 매출은 주중 매출의 3배’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인데 여의도는 주말에 불이 꺼지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상당히 나와야 한다”며 “주말 고객을 얼마나 유치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의도 IFC몰이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전례가 있기에 이를 넘어서는 게 더현대서울의 단기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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