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울렁, 곧 좋아져요" 기대와 긴장 공존한 접종 첫날

입력
2021.02.26 15:00
첫날 오전 9시 도봉구보건소 가보니
이상반응 관찰실에서도 꼼꼼히 체크
"전날 잠 설쳤지만 접종 자체가 희망"

"하루빨리 집단 면역이 형성돼 어르신들이 가족들을 맘껏 면회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26일 오전 9시 서울 도봉구보건소 접종실에서 왼팔 소매를 걷어붙인 김정옥(57) 노아재활요양원 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걱정보다 요양원 어르신들을 먼저 떠올렸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했지만, 요양원 입소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을 대면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해온 터였다. 이날 도봉구보건소의 첫 접종자가 된 김 원장은 "독감 백신처럼 약간의 울렁거림이 있었지만 15분쯤 지나니까 괜찮아졌다"며 "다른 분들도 나처럼 백신을 믿고 접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전국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요양시설 종사자 등 60명의 예방 접종자들을 맞이할 도봉구보건소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구청 관계자 등은 출입명단, QR코드, 발열 장비 등을 확인하고 방문자 동선을 점검했다. 의료진은 푸른 방호복과 페이스 쉴드,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접종실은 대기자가 '접수→예진→접종→이상반응 관찰실' 순서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첫 접종자인 김 원장 뒤로는 10여명이 거리두기를 하며 대기했다. 김 원장이 예진을 끝내고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앞 의자에 앉자, 접종실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주사를 맞는 시간은 7, 8초로 짧았으나, 김 원장은 이후 나타날 이상반응에 대비하기 위해 15분가량 관찰실에 머물렀다. 김 원장은 접종 직후 울렁거림을 호소했지만, 관찰실에서 안정을 취한 후에는 "좋아졌다"며 자리를 떴다. 예진을 담당한 박선희 보건의는 "접종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지 유심히 신경 써야 한다"며 "금지사항에 해당되는 분을 거르기 위해 꼼꼼히 예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종자 다수는 주사 맞는 방법이 다른 백신을 맞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의료진은 여느 때보다 방역과 백신 보관에 각별히 집중했다. 접종자가 바뀔 때마다 의료진이 사용하던 고무장갑이 교체되고, 백신 용액은 영상 2~3도가 유지되는 파란 보관함에 담겼다. 의료진은 주사기에 백신을 옮기고 빈 유리병은 다시 보관함에 담았고, 접종 후에도 발열이나 부어오름 등 이상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의료진은 접종자들에게 "발열 등이 사흘 넘게 지속되면 병원에 가라"고 당부했다.

이상반응 관찰실에서도 의료진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수시로 혈압과 맥박을 재며 접종자들의 신체 반응을 확인했다. 보건소에서 두 번째로 접종한 오정화(45)씨는 "접종 후 떨리고 속이 메스꺼웠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졌다"며 "부작용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걱정했지만 접종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봉구 접종 대상 22만7,000여명 가운데 1차 접종 우선 대상자는 3,167명이다.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은 "하루에 100명 정도 접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10일까지 1차 대상자들을 모두 접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도 이날 보건소를 방문해 "오늘이 어둡고 긴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가는 첫날이길 바란다"며 "도봉구 주민 마지막 한 명을 접종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