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들어왔어요? 우후, 와 줘서 신나네요."
빌 게이츠(66)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앤드루 로스 소킨 뉴욕타임스(NYT) 기자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합니다. 24일(현지시간)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대화방 '빌 게이츠와 어울리기(Hanging with Bill Gates)'에서 오간 대화입니다.
최근 게이츠는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세계 동시 출간하고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클럽하우스는 처음"이라고 밝힌 게이츠는 바쁜 일정 중에도 이 대화방에서 50분 넘게 다양한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습니다.
특히 이날 이 대화방은 참여자가 최대 수용 인원 8,000명을 넘어서 입장조차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용자들이 있을 정도로 큰 화제였습니다.
최근 클럽하우스가 차세대 SNS로 떠오른 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참여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요. 그에 못지않게 큰 관심을 모은 이날 대화방 내 게이츠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 봤습니다.
지난해 3월 공개돼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은 클럽하우스는 아직까지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게이츠에게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아이폰을 쓰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MS 창업자인 그가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역시 대답은 "안드로이드폰을 쓴다"였습니다. 다만 그는 "전 분야에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이폰도 만지작거리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이에 이날 대화방에 잠시 머물렀던 클럽하우스 공동 창업자 폴 데이비슨은 현재 회사 측이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소킨 기자는 게이츠와 대화를 이어가던 중 "이 대화방에 비견할 만한 '기후와 비트코인'이라는 제목의 경쟁 대화방이 나타났다"며 게이츠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게이츠는 "비트코인은 인류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방법보다 거래당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면서도 "기후재앙 논의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이어 "나는 아직까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비트코인 회의론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친환경 에너지를 전력으로 쓴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해 기후와 비트코인을 함께 엮을 주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이라고 혹평했던 과거 입장에서 다소 선회한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게이츠는 "나는 말라리아·홍역 백신을 사고,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한다"면서 "'누군가 내가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살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데 대해서는 큰 박수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도 이날 대화방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백신 우선접종 대상인 65세 이상 고령층에 해당하는 게이츠는 "일주일 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모두 마쳤다"며 "내가 65세 이상의 나이든 사람이라는 게 감사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시기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게이츠는 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며 "백신을 맞았어도 여전히 낮은 가능성의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 쓰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MS의 검색 엔진 빙(Bing)과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 중 무엇을 사용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게이츠는 "나는 빙의 '충성스럽고, 충성스러우며, 충성스러운(loyal loyal loyal)' 이용자"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