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로 美 앞마당 '야금야금' 점령하는 중국 백신

입력
2021.02.26 16:30
中 코로나 백신, 중남미 국가에 속속 진출
美 국내 접종 주력하는 사이 주변국 공략
AP "중국의 백신 외교, 美 안보 위협" 경계
전문가 '"미국이 뒷마당 잃을까 노심초사"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중남미 국가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미국이 국내 접종에 주력하는 사이, 백신 물량공세로 미국의 앞마당을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생산라인을 풀가동한 중국의 올해 코로나19 백신 공급 목표는 20억회분에 달한다. 중국 국내 접종도 4,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루과이는 25일(현지시간) 19만8,000회분의 중국 시노백 백신을 들여왔다. 전체 도입량은 175만회분에 달한다. 화이자와의 백신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브라질은 1억2,000만회분, 칠레는 6,000만회분의 중국산 백신을 수입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10일 시노백 백신을 긴급 승인한 데 이어 200만회분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중국 캔시노사에서 사들였다.

이외에 페루와 콜롬비아도 중국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고, 아르헨티나는 중국산 백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각국에 진출한 중국 백신이 가히 미국을 턱밑에서 포위하는 모양새다. AP통신은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백신 외교를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처럼 양으로 승부하는 건 생산능력의 뒷받침 덕분이다. 중국은 18개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올해 20억회분, 내년 40억회분의 백신을 제조할 방침이다. 승인을 통과한 중국 백신은 4개로 늘었다. 죽은 균을 주입하는 기존 불활화 백신 외에 단백질 합성 백신도 파키스탄에서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서구의 mRNA(핵산) 백신에 비해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와 함께 국내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어 11일까지 4,100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수도 베이징에서 운영하는 접종소만 220개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주변국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7월까지 3억3,000만명 미국인의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국내 접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쉬스청(徐世澄)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6일 환구시보에 “대외적으로 배타적이지 않은 중국에 비해 미국은 국내 문제로 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는 이 같은 중국의 도약을 경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개도국의 백신 구멍을 중국이 메우기 전에 유럽과 미국은 최대 5%의 물량을 긴급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달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개국이 전 세계 백신의 75%를 접종했다”면서 “이는 상당히 불공평하다”고 지적하며 중국에 힘을 실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뒷마당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은근히 비꼬며 백신 경쟁에서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