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스타벅스가 쏘아올린 '수기 명부' 유효성 논란

입력
2021.02.25 21:00
식당·카페 등 "수기명부 관리·신분증 확인 어려워"
방역당국·지자체, '안심번호' '안심콜' 등 대안 도입


방송인 사유리(후지타 사유리 藤田小百合)가 아파트에 불이 나 대피하는 과정에서, 스타벅스에서 QR코드를 제출할 휴대 전화와 수기 명부 작성 시 제시할 신분증이 없어 매장에 머물지 못하게 된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방역수칙을 지키는 게 옳다"는 의견과 "화재 때문에 대피한 것인데 꼭 바깥으로 내보내야 했느냐, 융통성이 없다"는 의견이 맞선 것이다.

사유리가 해당 스타벅스 직원에게 사과한 가운데, 불길은 수기 명부 작성 제도의 유효성 논란으로 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시 방역 당국의 코로나19 추적 및 선제 차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기명부 제도지만, 명부를 쓸 때 신분증 확인을 통해 사실 여부를 대조해야 한다는 원칙이 실제 카페나 식당 등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사유리 "QR코드 없단 이유로 쫓겨나" 주장...직원도 사유리도 비난받아



사유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3개월 된 아들, 베이비시터와 함께 스타벅스로 대피했지만, QR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매장 처럼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을 가능하게 해주면 알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유리의 포스팅이 공유되면서 온라인은 물론 일부 언론보도조차 스타벅스 직원이 융통성 없이 대응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설령 방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는 하지만 사유리의 사정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논지였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과 해당 직원은 "QR코드와 수기명부, 수기명부 작성 시 신분증 제시 등을 안내했고, 사유리 등이 휴대전화와 신분증이 없는 상황에서 매장 내에 머물게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해당 직원은 "결제 전에 QR, 신분증, 수기명부 안내를 드렸고, (사유리가) 다른 곳에 가야겠다며 직접 금방(1~2분 뒤) 나가셨다"고 밝혔다.

현재는 '수기명부 작성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사유리가 거꾸로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사유리는 새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사과하며 "스타벅스에 찾아가서 직원분에게 직접 사과하고 대화를 나누고 왔다"고 밝혔다. 직원 역시 "24일 사과하러 오셨다"며 자신도 "화재 당시와 다시 만났을 때 도움 못 준 부분을 사과드렸다"고 밝혔다.


수기명부 작성 시 신분증 제시, 원칙 맞다

한편으로 이 논란은 수기명부 작성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일부 네티즌은 "수기명부 작성 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경험이 없다"라며 스타벅스가 규정을 과잉 적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실제 지침은 출입명부 수기 작성 시 신분증과 대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QR코드 이용이 어려운 휴대전화 미소지자와 단기체류 외국인 등은 수기명부 작성 시 신분증을 제시해 대조를 받아야 한다. 수기명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식당과 카페에선 수기 출입명부 관리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흑석동의 한 카페 직원은 "QR코드와 수기명부 작성을 꾸준히 안내하고 있지만 점심 시간대처럼 손님들이 많이 몰릴 경우에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장내를 정리하다 뒤늦게 방문 고객을 확인하고 명부 작성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수기명부 작성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실제 신분증이 없는 고객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미 점내에 머무는 고객을 내보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수기명부 관리의 어려움은 당국도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가 수기명부 사용 시 준수 사항을 점검한 결과 신분증 확인 준수율은 82%였다. 게다가 개인정보 노출 우려 때문에 수기명부 작성을 꺼리거나 내용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고양시, QR코드 없이 안심콜로 출입 관리 호평


정부는 일단 각 사업장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들이 QR코드를 찍는 방향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구형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거나 휴대전화 이용이 서투른 디지털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용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떄문에 대안으로 다른 신원 확인 방법도 도입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9일부터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개인안심번호'를 발급해 개인 전화번호 대신 적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휴대 전화번호 노출에 대한 우려를 덜자는 취지다. 개인 안심 번호는 숫자 4자리와 한글 2자리로 구성된 총 6자의 고유번호로 네이버·카카오·패스 등의 QR코드 인증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경기 고양시는 지난해 9월 '안심콜 출입관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QR코드 등의 이용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지정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출입자 전화번호와 방문일시 등의 정보가 자동 저장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은 중대본의 방역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서울시는 지난달 초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