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첫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군 내 규율 확립을 주문했다. 동시에 대규모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경제 부문의 내각책임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추진은 군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북한의 정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1차 확대회의가 24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 간부들의 정치ㆍ도덕적 결함들이 주로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 안에 혁명적 도덕 규율을 확립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군대 존망과 군 건설, 군사활동 성패와 관련되는 운명적 문제”라며 “신세대 인민군 지휘성원들의 정치의식과 도덕 관점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교양사업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군심 이반을 우려한 김 위원장이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열린 당대회 전후로 전 부문에서 체제 결속과 사상 강화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신세대 지휘성원’을 콕 집어 거론한 데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배급제 세대에 비해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장마당 세대 군 간부를 겨냥해 경고를 보냄으로써 기강 이완을 경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경제 재건 과정에서의 군의 역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군의 충성도가 경제 목표 달성과 직결된다고 판단,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각을 중심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생길 수 있는 군내 외화문제 등 부정부패와 군의 경제적 역할 증가에 대한 불만을 차단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찍과 함께 격려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김정관 국방상(장관)과 권영진 총정치국장을 대장(별 넷)에서 차수(왕별)로 각각 진급시켰다. 해군ㆍ공군사령관에는 각각 김성길, 김충길을 임명하고 중장(별 둘)으로 별을 하나씩 더 달아줬다. 이외에도 5명이 중장, 27명이 소장(별 하나)으로 승진했다. 지난 11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우는 등 경제관료에 대해서 성과 독촉과 질책만 이어갔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각 중심의 경제 운영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군을 다시 앞세워야 하는 비상상황”이라며 “파격적 인사는 김정은식 선군정치의 서막일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