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늘어나는데 충전기 등 인프라는 낙제점

입력
2021.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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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가 친환경차 공급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기차 운행에 필수적인 충전시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전기가 많이 설치돼 있는 지역엔 상대적으로 충전수요가 낮았고, 충전 수요가 높은 곳엔 충전기가 덜 설치돼 있는 등 충전인프라 분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이 25일 공개한 ‘미래차 상용화 발목 잡는 충전 인프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공용 급속충전기는 작년 말 기준 7,959기다. 목표치(9,000기)의 84%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수는 13만4,962대다. 전년(8만9,918대) 대비 50.0% 급증한 수치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급속충전기 1기당 적정 담당 대수는 10대인데 현재는 17대를 맡고 있는 셈”이라며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공급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충전기가 수요 있는 곳에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용 급속충전기 설치지점별 1기당 일평균 충전량을 분석한 결과 설치지점 비중은 높으나 충전량이 오히려 설치지점 비중이 낮은 시설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의 경우 공용 급속 전기차충전소 구축비율이 16.9%인데, 반해 일일 충전량은 7.3%에 그쳤다.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의 16.9%가 경기도에 있지만, 충전기 1기가 공급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의 7.3%만 공급했다는 뜻이다. 반면 부산 구축비율 2.4% 대비 충전량은 5.7%를 기록했다. 부산에선 더 많은 차량이 한 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설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시청 등 공공시설의 공용 급속 전기차충전소 설치 비율이 전체 29.6%로 가장 높지만 1기당 일평균 충전량은 13.7%에 불과하다. 관광·문화시설도 충전소비율이 14.0%에 이르지만 실제 충전량은 10.5%로 적었다. 반면 휴게시설의 설치 비율은 8.8%에 불과하지만 1일 충전량은 32.6%로 큰 차이를 보였다. 휴게시설에서 충전하기 위해선 더 긴 줄을 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지나치게 공공시설, 상업시설 중심의 충전인프라 구축 쏠림 현상으로 인해 충전수요가 많은 생활거점 중심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소외지역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충전기는 충전효율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생활거점에 집중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주거지와 직장에는 공용 완속기를, 주유소 등에 급속 충전기를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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