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 지속됨에 따라 남북한 교과서의 용어에서도 이질화가 심화되었는데 남북한 교과서 학술용어를 살펴보는 일은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 용어 중 남한은 ‘뗀석기’ ‘간석기’, 북한은 ‘타제석기’ ‘마제석기’를 쓰는데, 떼어내어 만들었다는 뜻의 ‘뗀석기’, 갈아 만들었다는 뜻의 ‘간석기’가 학생들이 이해하기엔 더 낫다. 수학 용어 ‘사다리꼴>제형, 부피>체적, 꼭짓점>정점’, 과학 용어 ‘들뜬상태>려기상태, 맴돌이전류>회리전류, 전자껍질>전자각, 무릎반사>슬개반사, 뇌줄기>뇌간’의 쌍에서도 앞쪽 남한 용어가 더 이해하기 쉽다.
위와 반대로 북한 용어가 더 이해하기 쉬운 사례도 있다. 국어순화<말다듬기, 두음법칙<첫소리법칙, 최빈값<가장잦은값, 계승(팩토리얼)<차례곱, 등차수열<같은차수렬, 융해열<녹음열, 가청주파수<들림주파수, 뉴런<신경세포, 성운<별구름 등.
용어 개념을 학생들에게 처음 설명할 때 ‘이극전자관’ ‘반도체삼극소자’ 같은 북측 용어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보다 상대적으로 쉬워 활용할 만하다. 또한 남한 내 학술용어를 정비할 때 북측 용어가 참조 기준이 될 수 있다. 남측 용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수중발레’ 중에 후자가 의미 투명성, 간결성, 고유성, 친숙성 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 이는 북측의 ‘수중무용, 예술헤염’도 마찬가지다. 그중 언중의 지지를 많이 받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살아남게 두어도 좋을 것 같다.
남북의 학술용어들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각 학문 분야 전문가들과 언어학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