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사용하고 싶은 플랫폼은 반드시 언론사에 돈을 내게끔 의무화하는 규제법을 호주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표적이다. 콘텐츠 생산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다는 취지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스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이 호주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가결됐다. 플랫폼과 뉴스 제공자의 사용료 협상을 촉진하고, 협상이 실패하면 결정에 구속력이 있는 조정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조정위원회를 정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에 유리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플랫폼이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게끔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입법 전부터 반발이 거셌다. 구글은 법이 시행되면 호주에서 검색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줄곧 위협했고 페이스북의 경우 실제 17일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호주 정부의 의지가 더 강했다. 먼저 한발 물러선 건 구글이었다. 17일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소유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해 뉴스포스트, 영국 더타임스ㆍ더선, 호주 뉴스닷컴 등이 뉴스코프 소속이다.
페이스북도 결국 백기를 들어 23일 뉴스 서비스를 재개했다. 대신 호주 정부의 양보를 끌어냈다. 법안 수정이다. ‘플랫폼과 미디어 기업의 협상력에 두드러진 격차가 있는지’뿐이던 법 적용 대상 고려 요인에 ‘뉴스 사용료 합의 체결을 통해 플랫폼이 호주 뉴스 산업 지속 가능성에 기여했는지’가 추가됐다. 자율 협상을 유도하는 쪽으로 법안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명분은 산업 진흥과 공익 강화다. 조시 프라이던버그 재무장관과 폴 플레처 통신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받고 저널리즘이 유지되도록 돕는 게 입법 목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회 입법조사처는 “(미디어 기업들이) 10년간 광고 수익 등에 상당한 손실을 입어 높은 수준의 기사를 발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호주가 첫발을 뗀 만큼 캐나다, 영국 등 유사 입법을 준비 중이던 나라들도 줄줄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영국 BBC방송은 “뉴스 독자들의 온라인 이동이 지속되면서 기술 기업들이 뉴스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국제적 요구도 함께 커졌다”고 전했다.
IT 공룡들은 선제 대응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4일 WSJ는 페이스북이 향후 3년간 뉴스 콘텐츠 이용권 확보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지난해 이미 ‘뉴스 쇼케이스’에 들어갈 콘텐츠 사용권을 갖기 위해 3년에 걸쳐 같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