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3년 만에 돌아온 미국 "이사국 복귀 희망"

입력
2021.02.24 22:32
이사국인 중국·러시아 겨냥 "자격 기준 높여야"
중국과 북한, 시리아 등의 인권 문제 언급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복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구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탈퇴를 결정한 지 약 3년 만이다. 스스로 박차고 나간 이사국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제46차 정기 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사전 녹화 영상으로 참여해 "미국은 2022~2024년 임기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 출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구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의 지지를 겸허히 요청한다"고 했다.

미국은 자동으로 이사국 자격을 회복할 수 없어 투표권이 없는 옵서버 지위로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3년 임기의 47개 이사국이 있고 매년 10월 총회에서 당해 임기가 끝난 약 15개의 이사국 자리를 두고 선거를 치른다.

복귀 선언은 했지만 인권이사회의 '반(反)이스라엘 편향성' 비판은 여전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주요 탈퇴 이유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이사회가 여전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해 불균형적 관점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구 개혁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사국의 자격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며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 저격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악의 인권 기록을 가진 이들이 이사국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관련 "신장자치구에서 잔혹 행위가 자행되거나 홍콩에서 기본적인 자유가 훼손될 때 우리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각국의 지지도 촉구했다. 미국은 2009년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된 이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인권 결의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 침해와 스리랑카의 과거 잔혹 행위에 대한 책임을 비롯해 전 세계의 관심 사안을 다루는 결의를 인권이사회가 이번 회기에 지지해달라"고 했다.

다자주의 가치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잔재를 없애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된다)' 기조 아래 지난 8일 인권이사회 복귀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이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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