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을 두고 졸속 입법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을 심사한 의원들조차 자괴감을 토로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부처들도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대형 지역 개발 사업에 여야가 담합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막장 법안이 나왔다는 얘기다.
국토위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위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각종 사전 절차를 면제해 준 법안에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조성한다는 당위만 있을 뿐 경제성, 예산, 건설 규모 등은 모두 백지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원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 등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보궐 선거를 의식한 여야 지도부의 압력 때문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의원들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건설 소요 예산이 당초 부산시가 주장한 7조6,000억원이 아니라 28조7,000억원에 이른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시공성 등 7가지 항목에 걸친 문제점도 조목조목 거론됐다. 특히 국토부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태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수사를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공직사회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둘러싼 감사와 수사를 보면서 절차 무시에 대해 민감해진 것이다.
이번 법안이 선거용 카드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이렇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 이제라도 포퓰리즘 경쟁은 멈춰야 한다. 졸속 법안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해 최소한 선거 전 본회의 처리는 미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