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이 미얀마인 1,000여명을 미얀마로 송환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추방 계획을 잠정 보류하라고 명령했지만 당국은 송환을 강행했다. 쿠데타로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상황을 고려할 때 송환된 미얀마인들이 곤경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얀마인 1,086명 송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민국은 “송환 계획에 따라 미얀마 해군 함정 3척이 해당 미얀마인들을 싣고 갔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미얀마인 추방을 잠정적으로 보류하라는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강행됐다.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이날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말레이시아지부 등이 제기한 송환 금지 요청을 심리하겠다며 관련 미얀마인 1,200여명에 대한 추방을 잠정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이민당국은 법원 결정을 무시한 이유와 최종 송환 인원이 줄어 든 원인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늘 떠난 이들은 모두 송환에 자발적으로 동의했으며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는 한동안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의 밀입국을 눈감아주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난민과 불법체류자에 대해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그간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에 송환할 미얀마인 1,200명 가운데 로힝야족이나 유엔 난민 카드 소지자는 없다"며 이들은 불법체류자라고 밝혀왔다.
앞서 이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는 주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통해 “이민자 수용소에 구금 중인 미얀마인을 데려가겠다”고 제안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을 태우고 갈 미얀마 해군함정 3척은 이미 21일 말레이시아 루무트 해군 기지에 도착했고, 미얀마인들도 이날 승선을 위해 이 기지로 옮겨진 상태였다.
문제는 이날 송환된 미얀마인들이 본국에서 탄압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는 “이들은 생명이 위협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이민당국은 “이들 가운데 로힝야족이나 망명 신청자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로힝야족 등 미얀마 난민 15만4,000여명과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날 송환된 미얀마인 중 일부는 군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부 세력이 이들을 탄압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