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심판의 첫 변론준비기일(26일)을 앞둔 임성근(57)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이 사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등을 지냈다는 점이 기피 사유로 제시됐다.
임 부장판사의 대리인단은 2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이석태 재판관을 탄핵심판 사건 재판부에서 제외해 달라"면서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변론준비기일에 앞서, 이번 기피신청의 기각·각하·인용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기피신청에 관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심리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이전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변론준비기일 자체가 미뤄질 수도 있다.
임 부장판사 측은 국회가 탄핵소추사유로 제시한 게 '세월호 관련 재판 개입 행위'였던 만큼, 2015년 세월호 특조위원장을 맡았던 이 재판관한테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을 다룬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 재판관은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여관이 있고, 당시 특조위원장을 하면서 진상 규명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고 기피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탄핵소추사유 중 하나인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도 이 재판관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임 부장판사 측의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4명이 쌍용차 관련 집회에서 경찰을 끌고 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게 이 사건 골자인데, 임 부장판사 측은 이 재판관이 2004~2006년 민변 회장을 지낸 점을 기피 신청 근거로 들었다. 임 부장판사는 기소 당시 이 사건 재판장에게 판결문의 양형 이유 부분을 수정하게 하는 등의 혐의도 받았으나 마찬가지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헌재가 이석태 재판관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면, 탄핵 심판은 그를 제외한 헌법재판관 8인의 심리로 진행되게 된다. 다만 소송을 지연시킬 목적의 기피신청으로 판단될 경우, 각하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