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 마지막 ‘맞수 토론’에서 2강으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오 전 시장은 주로 나 전 의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반면, 나 전 의원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시장직을 내걸었다 물러난 오 전 시장의 과거를 겨냥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토론에서 나 전 의원이 1호 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숨통트임론’(민생긴급구조 기금)의 재원 마련 부분을 공략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서울시장 임기가 1년이라는 점을 강조한 오 전 시장은 “숨통트임론에 6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작년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은 5조원 규모"라며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추경 편성을 하면서 (다른 예산 중) 깎을 것은 깎을 수 있다.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시정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은 “(다른 지원 예산을) 깎아내서 쓰면 결국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라고 재차 맞서며 기싸움을 벌였다.
나 전 의원이 내세운 차량기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공약에 대해서도 오 전 시장은 날을 세웠다. 그는 “차량기지 위에 (주택을) 짓게 되면 소음 진동을 막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약을 했다가 하나도 세우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과거 방식이 아닌)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임대주택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의견 조율이 끝났다”고 반박했다.
반격에 나선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최대 약점인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얘기를 들고 나왔다. 나 전 의원은 “무책임한 사람에게 1,000만 서울시를 맡길 수 없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사람만이 서울시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오 전 시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을 전제로 조건부 출마선언을 했던 경우를 언급하며 “왜 중요한 부분에서 번번이 (결정을) 미루시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고 공세를 폈다.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 토론회에서 촉발된 ‘퀴어문화축제’ 이슈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이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라'는 취지로 압박하자, 오 전 시장은 “첫째, 성 소수자 차별은 없어야 한다. 둘째,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이용은 심의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다. 셋째, 저는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1,000명의 평가단은 토론의 승자로 나 전 의원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