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이야? 음료수야?...콜라보 제품에 비판 쏟아지는 이유

입력
2021.02.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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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파클링' '말표 구두약' '딱붙캔디'
화학제품 디자인 차용한 상품들
'인지능력 부족' 어린이 안전사고 위험

"이게 매직이야, 음료수야?"

5세 자녀를 둔 직장인 고모(35)씨는 얼마 전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 갔다 깜짝 놀랐다. 문구기업 모나미 유성매직의 외형과 흡사한 음료가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매직'이란 글씨를 강조한 포장지에 내용물도 검은색, 빨간색이라 대형 매직을 연상케 했다.

고씨는 "인지능력이 낮은 저연령 아이들은 먹을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도 호기심에 입에 대곤 한다"며 "기왕이면 화학제품 말고 먹어도 영향 없는 제품이나 브랜드와 협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들이 화학제품 디자인을 차용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잇따라 쏟아내자 어린이가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누가 더 재밌게 만드나'…'펀슈머 과열경쟁'이 낳은 폐해?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이 이종 브랜드와 협업하는 이유는 기존의 상식을 깨 '펀슈머'(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다. 구두약 브랜드 말표와 만든 '말표 흑맥주', 시멘트 브랜드 천마표와 손잡은 '천마표 시멘트 팝콘' 등의 성공 이후 이색 제품 출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 화학제품을 본뜬 제품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어린이 안전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반감도 강해졌다. 매직 스파클링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식품과 인체에 해로운 화학제품의 포장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재미로만 보기에는 위험한 제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을 검허히 받아들여 향후 협업 제품을 개발할 때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직 스파클링 외에도 지난달 CU가 출시한 '최강 미니 바둑 초콜릿'은 바둑알과 바둑알통을 그대로 구현해 아이들이 실제 바둑알을 삼킬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CU의 '말표 립밤', '말표 핸드크림'은 말표 구두약과 흡사한 케이스로, 세븐일레븐의 '딱붙캔디'는 용기와 내용물이 딱풀을 연상케 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물질 삼킴 사고 늘어나…"경고 문구 명시해야"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완구 및 문구 등 학습용품이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이색 상품 관련 규제는 없다.

전문가들은 성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도 어린이 안전까지 고려하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린이는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인을 해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며 "일회성 기획 상품도 용기에 경고 문구 등을 정확히 명시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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