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영리병원 논란 끝낸다”

입력
2021.02.23 15:53
도의회,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추진
영리병원 개설 관련 조항 모두 삭제



제주도의회는 15년간 지역사회에서 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됐던 영리병원 개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월 7일 출범한 제주특별법 개정 추진단이 2차례 중간보고, 최종보고 등을 거쳐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영리병원(외국인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한 제주특별법 내 조항(제307조~제313조)을 전면 삭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관련 조항이 삭제될 경우 도내에서는 영리병원 개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의회는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도 의료서비스 보완 등을 통해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영리병원 도입 목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영리병원 논란은 앞서 2006년 제주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이어져왔다. 국내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반대단체들이 반발 속에서 중국 녹지그룹은 2017년 8월 서귀포시 동흥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도에 개원 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도는 2018년 8월부터 도민을 대상으로 찬반 여부를 묻는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불허' 결정이 이뤄졌지만 도는 같은 해 12월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해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의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한 녹지 측이 의료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 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같은 해 4월 17일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녹지 측은 같은 해 2월 14일 도의 개설 허가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20일에는 개설 허가 취소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적다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이번 도의회의 영리병원 관련 조항 삭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리병원은 그동안 도민사회의 커다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또 이번 제주특별법 개정 초안에 행정시장을 선거를 통해 주민이 선출하는 ‘행정시장직선제’ 도입, 농어촌특별세 이양 등 제주에서 징수되는 국세 이양, 4·3사건 세계화, 알뜨르비행장 무상사용 근거 마련 등도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부가가치세 환급 등 제주도 면세특례확대, 면세점 매출액 1% 범위 내 관광진흥기금 납부, 환경보존기여금 부과·징수권 도입, 카지노업 허가 및 갱신 기준 마련, 풍력자원 활용 개발사업 이익 도민 향유 등이 반영됐다.

도의회는 다음달 19일까지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안 초안에 대해 제주도와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달 24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후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개정안을 전달하고 의원 입법을 거쳐 제주특별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도의회가 추진하는 특별법 개정 내용 상당수가 그동안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정부 협의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제주특별법 개정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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