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세대 실손보험(구실손)에 가입한 주부 A(63)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올해 3월부터 보험료가 한 번에 30% 가까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9만9,300원이었던 보험료를 올해 3월부터는 13만8,400원이나 내야 한다는 것.
함께 가입한 남편의 인상분까지 합치면 한 달에 늘어난 보험료만 6만원이다. A씨 부부가 1년에 지급해야 할 실손 보험료만 300만원이 넘는다. A씨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데 매달 내야 하는 실손 보험료는 3년 갱신 때마다 크게 올라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올해부터 1세대 실손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1세대 실손 보험료 조정 시점인 4월부터 평균적으로 15~17% 오른다고 전망했다. 삼성화재는 이미 업계 평균보다 높은 19%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 상품으로 가입자만 867만명에 이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세대 가입자들이 실제로 내는 보험료는 경우에 따라 50% 이상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세대 실손 보험의 경우 갱신주기가 3년 또는 5년으로 구성돼있는데, 해당 기간 동안 같은 보험료를 내다가 3년 또는 5년 치 인상분이 한 번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부담이 일시에 가중되는 탓에 소비자들은 이를 ‘보험료 갱신 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세대 실손 보험료는 2019년에는 10%, 지난해에는 9.9% 인상됐었다.
보험 가입시기도 보험료 인상의 변수가 된다. 1세대 실손 보험의 보험료 조정시기는 4월 1일을 기준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가입시기가 1~3월인 경우와 나머지 시기인 경우 인상폭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 사례처럼 3월에 가입한 경우라면, 2018~2020년 3년 치를 합산한 19.9%가 인상된다. 반면에 4월 이후 가입자의 경우엔 2019~2021년 3년 치를 합산한 34.9~36.9%가 인상된다. 여기에 고령일수록 보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 보험료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갱신 주기가 5년이라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1세대 이외에 2세대(표준화) 가입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리고 단종된 상품으로, 가입자는 1,902만명에 달한다.
1세대와 달리, 자기부담금 10%가 추가됐지만 보험사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의 비율)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2017년부터 판매된 3세대도 손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보험료 갱신 부담으로 1·2세대 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7월에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4세대 실손보험은 자동차 보험처럼 보험료 차등제가 적용돼, 의료서비스를 많이 받은 사람은 보험료를 많이 내는 구조라 다른 실손보험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인의 건강상태와 의료이용 성향을 고려해 전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