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미드필더 나상호(25)가 FC서울 이적 후 첫 시즌 ‘꿀 케미’에 기대를 걸고 있다. FC서울 선수 대부분이 새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을 서슴없이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광주FC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박진섭(44) 신임 감독의 부름으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뒤 박주영(36) 등 고참 선수들은 물론 포항에서 넘어온 팔로세비치(28)와 발을 맞추고 있는 그는 “전북, 울산과 승부도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서울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시에서 만난 나상호는 “실제 우승까지 가는 건 어렵겠지만, 목표를 정상으로 놓고 간다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팀이 단합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아 그리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서울에 입단한 그는, 전지훈련 기간동안 지난해 일본 J리그 활동을 접고 합류했던 성남 때보다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나상호는 “사실 지난해 성남에 갔을 땐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다”며 “(연초에)한국에 돌아와서 부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6개월간 거의 훈련을 못 하고 있었다”고 했다. 성남 합류 이후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서도 팀의 강등권 탈출 경쟁에 일조를 해야겠단 생각에 마음도 몹시 급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행히 그는 성남이 K리그1(1부리그)에 잔류하는데 보탬이 된 뒤 서울로 이적했다.
올해 나상호는 ‘확실한 한 방’을 책임질 만한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부족한 서울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격과 측면을 오가며 공격 기회를 만들고 때론 스스로 책임도 져야 한다. 나상호는 “내 키가 큰 편은 아니어서 제약은 있지만, 나만의 장점으로 공간을 파고들고 확실한 볼 컨트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선수들과의 콤비플레이도 완성한다면 더 위력적일 것”이라고 했다.
팀 분위기는 좋다. 서울에 와선 최고참 박주영 덕분에 적응이 빨랐단다. 나상호는 “주영이형을 처음 봤을 때 너무 (격의 없이 대해줘)놀랐다”고 했다. 그는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줬고, 맛있는 걸 먹을 때 함께하고, 유럽 생활 등 옛날 이야기를 풀어낼 땐 재미없을 법한 얘기에도 술술 풀어낸다”고 했다. 물론 “MSG(조미료)도 좀 쳐서…” 라며 ‘숨은 수다맨’ 박주영의 주무기도 전했다.
27일 개막전 상대는 최근 4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전북. 울산과 함께 ‘절대 2강’으로 꼽히는 팀이지만, 두려움은 없다. 나상호는 “전북 멤버가 워낙 강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쉽게 지진 않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프로생활 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가 의외로 어려운데, 서울에서 ‘반전의 우승’을 일궈보고 싶다”며 “팀에 헌신하면서도 매년 설정하는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꼭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한 뜻도 전했다. 광주에서 프로에 데뷔해 재작년 일본 J리그 FC도쿄에 입단, 두 시즌간 활약한 뒤 국내에 복귀한 나상호는 “일본 생활은 일단 접었지만 그 곳에서 짜임새 있는 플레이와 외국인 선수로서의 역할을 배웠다”라면서 “아직 젊기 때문에 해외진출에 대한 꿈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원하는 무대는 절친 황희찬(25ㆍ라이프치히)이 뛰고 있는 독일이다. 무엇보다 국내 리그에서 잘 해야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래서 서울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