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판을 덮친 '학폭 미투'가 프로야구로 번질 조짐이다. 사흘 동안 3개 구단 3명의 선수에 대한 폭로 글이 잇따랐다. 타 구단, 타 종목으로 들불처럼 옮겨 붙을 우려가 커져 10년 전 프로스포츠를 덮친 승부조작 파문 이후 최악의 스캔들로 확산되지 않을지 체육계가 긴장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학교폭력 미투는 지난 19일 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글에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재학시절 한화 선수 A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체적 폭력, 나를 버러지보듯 하던 시선과 나를 향한 폭언, 패거리들이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 등 수많은 기억들이 남았다. 이 행위에 A가 참여했다. 가족과 선생님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며 충격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A는 학교폭력 주도자였다. 일부 친구들이 증언을 해줄 것이다. 내가 원하는건 진심어린 사과도 아닌 그저 폭로다"라며 A 선수의 현재 사진과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함께 올렸다.
21일에는 또 다른 선수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수도권의 B구단의 C선수, D구단의 E선수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C 선수와 E 선수의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 후배라고 밝힌 이는 "둘 때문에 학교와 야구부에 나가지 못한 적도 많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기회에 그들의 민낯이 까발려지기를 바란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선수들의 실명은 물론 자신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지목된 선수 중 한 명은 국가대표로 활약한 팀의 핵심선수라 사실일 경우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세 선수는 모두 구단과 면담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수도권 2개 구단은 22일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소속 선수는 물론이고 피해 사실을 제기한 후배 선수, 학교 측과 두루 접촉해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화 구단도 이틀간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정서상 구단들도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한화는 제보가 사실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 트랙'으로 조사했다면서 "향후에라도 폭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프로종목 각 협회와 문체부, 교육부와 논의 중이다"라면서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이번을 계기로 폭력을 뿌리뽑으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