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4 공급대책 ‘부도어음’ 안 되려면

입력
2021.02.22 18:00
26면
역대급 공급계획 ‘속 빈 강정’ 우려 커
도심 공공재개발ㆍ재건축도 난제 겹겹
불신 해소 위해 사업 진척 빨리 이뤄야


정부 부동산정책은 변명의 여지 없이 실패했다. ‘2ㆍ4 주택공급대책’은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현 정권의 마지막 승부수다. 하지만 지난해 초 “부동산 안정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급격한 가격 급등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만회의 기준이라면, 지금은 만회를 도모하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따라서 2ㆍ4 대책은 공급 기대감을 일으켜 일단 집값 추가 상승세를 잡고, 나아가 후속 작업을 조속히 가시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집값의 하향 안정세를 기약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정도만 돼도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설 지나고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시장에선 되레 2ㆍ4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의 의구심은 무엇보다 2ㆍ4 대책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책 발표 당일 “이번 공급대책 물량은 ‘공급쇼크’ 수준”이라며 흥분했다. 전국에서 83만호, 서울에서만 분당 신도시의 3배 규모인 32만호를 공급하기로 했으니, 수치만으로는 역대급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의 무지개가 점차 걷히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역대 정부의 주택공급대책과 달리, 도심 공공 재개발ㆍ재건축을 골자로 한 2ㆍ4 대책은 결국 수십 곳의 사업지에서 민간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실행될 수 있는, 일종의 ‘약속어음’ 같은 대책이다. 물론 정부는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부담 완화 등 도시ㆍ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한 인허가를 약속하는 등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차질 없이 대책을 이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충분한 인센티브’에 관한 정부와 민간의 생각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일례로 2ㆍ4 대책 발표 직전 서울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흑석2구역만 해도 서울시는 당초 대부분 준주거지역인 해당 구역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450%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즉각 그 제안을 일축했고, 결국 법적 상한 500%의 120%인 600%까지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사업 무산 위기가 봉합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역세권 일반주거지에 대한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허용하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그래도 실제 개발에서는 기부채납 비율 등이 걸림돌이 될 여지는 적지 않다.

공공재건축도 순항을 낙관하긴 어렵다. 2ㆍ4 대책에 앞서 추진된 서울 아파트 공공재건축은 강남구 은마아파트(4,424가구)를 비롯한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이 사전 컨설팅 신청을 철회하는 등 상황이 원활치 않다. 이제 정부는 2ㆍ4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사업기간 단축과 용적률 상향, 민간 정비사업보다 높은 수익률 등을 홍보하고 있으나, 재건축 단지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ㆍ4 대책에 따른 공급 시점 또한 불확실성의 한 축이다. 대책이 순항해도 실제 입주 가능 시점은 5년 후이고, 그 동안 대선 등을 거치며 정책이 어떻게 요동칠지도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극심한 관망세 속에 ‘거래절벽’을 맞았으나, 올해도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60%에 이르고 서울ㆍ수도권의 주택 매수 심리 또한 작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는 기이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2ㆍ4 대책의 효과를 연일 장담하고 있으나 말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대책이 ‘부도어음’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면 서울에서 단 5곳만이라도 2ㆍ4 대책이 구체적으로 적용돼 사업이 추진되는 현장을 국민 앞에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