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코스피가 3,100선을 기점으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3,200선까지 뚫으며 황소걸음을 내걷던 1월의 분위기와는 분명 달라졌다.
연기금이 주도하는 기관의 '팔자' 행렬이 시장을 짓누르는 데다, 개인의 매수세도 지난달만 못한 탓이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우려가 연일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어 3월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7포인트(0.90%) 내린 3,079.75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강세 흐름을 유지하며 장중 3,140선을 터치하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로 전환하며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했다.
기관은 이날 4,600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달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1%(약 3조9,500억원)는 증시가 오르면 비중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연기금의 순매도액이다. 외국인도 이날 3,200억원을 내던지며 4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던 개인의 자금력이 한풀 꺾인 것도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5조9,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까지 아직 4거래일이 남았지만 지난 1월 한 달간 22조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대비된다.
개인들의 약해진 매수세는 지표로도 드러난다. 지난달 12일 74조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약 한 달여 만에 9조원 가까이 줄어든 65조원(지난 1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도 꺾였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17조9,200억원으로, 지난달 11일( 44조4,300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쪼그라들었다.
코스피가 2월 들어 급격히 상승 동력을 잃으면서 오는 3월 본격적인 조정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가와 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39%까지 올라 1.4%에 육박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0년물 금리는 1%를 밑돌았다.
금리 상승은 2차전지, 인터넷 업종 등 특히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보통 성장주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격(주가)에 미리 반영하기 때문에 이익 할인율인 시장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날도 LG화학(--2.66%), 삼성SDI(-4.03%), 네이버(-2.89%), 카카오(-2.68%) 등 성장주의 낙폭이 유독 컸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증시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금리 변수 자체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에너지나 구도의 변화를 보면 하락 압력이 다소 커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회복 신호가 동시에 확인되고 유동성 환경도 여전히 견조한 만큼, 금리 상승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심원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유가 상승 요인이 단기에 그치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시그널이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