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고용 한파가 인도 여성에게는 더 매섭다. 겨우 조금씩 여성에게 자리를 내주던 인도의 일자리 시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다시 남성 쪽으로 확 기우는 형국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인도경제감시센터(CMIE)의 지난달 기준 뭄바이 일자리 현황 조사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20% 계층의 경우 집단 내 9%가 일자리를 잃은 반면 하위 20% 계층에서는 47%가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입 하락 폭도 저소득층이 훨씬 컸다. 5분위의 하루 수입이 22.3달러(약 2만4,700원)에서 17.4달러(약 1만9,300원)로 22% 떨어진 데 비해 1분위는 6달러(약 6,600원)에서 3.35달러(약 3,700원)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성별 격차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를 보면 2019년 인도의 여성 경제 활동 참여율은 20%로 이미 세계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코로나 탓에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호전되면 상당수가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새 직업을 구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 대부분 실업 상태가 유지되면서다. CMIE가 인도 전역 17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조사를 보면 남성 실직자가 실직 여성보다 다른 직장을 찾을 확률이 8배나 높다. 때문인지 지난해 11월 인도 도시 거주 여성의 직업 보유율은 7%까지 떨어졌다.
인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더 강한 건 대개 그들의 일자리가 가사 도우미처럼 급여가 적고 불안정한 직업이어서다. 또 계속된 휴교령 탓에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교사 직군에서 월급 삭감이나 해고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기계화·자동화하는 산업 지형도 아직 기술보다 노동력이 주된 생산 수단인 여성들에게 불리하다. 실직한 여성에게 아예 자녀 양육을 전담시키거나 취직 대신 조혼을 택하게 하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도 여성을 일자리 시장에서 배제하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여성 노동 참여율 하락의 여파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이 계속 낭비될 경우 인도 전체 노동 시장 성장을 둔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법 개정을 통한 여성의 공장 근무 시간 제한 완화 등 인도 정부의 여성 인력 유치 시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마헤시 바야스 CMIE 최고경영자(CEO)는 "일자리 창출 실패 자체만큼 걱정스러운 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실패"라며 여성 친화적 산업을 키우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