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핵심원료'... 희토류 최강자 중국이 대미 반격 주저하는 이유

입력
2021.0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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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매장·생산량 세계 최대, 수급 좌우
美 오랜 압박에도 '수출 제한' 조치 시행 꺼려
①中 ‘절대 강자’ 아냐...글로벌 생산 점유율↓ 
②中은 최대 소비국...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③美와 정면 충돌은 자충수...관계 파국 부담


중국은 자타공인 ‘희토류’ 최강자다. 매장량과 생산량이 세계 최대규모다. 전자ㆍ자동차산업 핵심소재의 수급이 중국에 달린 셈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바다. 하지만 중국은 분위기만 잡을 뿐 실제 '대미 수출금지' 카드를 꺼낼 뚜렷한 반격 조짐이 없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희토류 수출 제한이 가능성으로 거론될 뿐이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채굴 쿼터를 지난해보다 27.6% 늘려 잡았다. 중국은 왜 머뭇대는 것일까.

①中, 희토류 강국이지만 ‘절대 강자’는 아냐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지난해 4,400만톤으로, 전 세계 희토류(1억2,000만톤)의 37%가 중국에 묻혀 있다. 반면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희토류 산화물 기준으로는 70%)에 달한다. 중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극적으로 희토류를 채굴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희토류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완연한 하락 추세다. 1994년 47%에서 2000년 87%로 급등했고 2010년에는 98%까지 치솟아 세계 희토류 시장은 중국의 ‘독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며 추격했다. 이후 중국의 비중은 급락해 2020년 58%로 40%포인트가 줄어 10년 만에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여전히 중국이 가장 앞서고는 있지만 중국의 위세가 예전만 못한 셈이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도 지난해 13만8,000톤에서 30년 후인 2050년에는 6만7,000톤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 전망이다. 독일의 글로벌 리서치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 2일 “많은 국가들이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며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②중국도 희토류 해외 의존…수입이 수출 넘어서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카드를 일방적으로 휘두를 처지도 아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57%를 소비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2018년 희토류 수입이 처음으로 수출을 넘어섰다. 가령 미국은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지만, 동시에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희토류는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중국은 군부 쿠데타로 정국이 혼란한 미얀마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중(重)희토류 수요의 절반을 미얀마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부존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국가전략자원으로 관리하며 2014년부터 매년 희토류 채굴량을 14만톤 이내로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욕심은 사고로 드러났다. 2018년 12월 미얀마 북부지역에서 희토류를 실은 트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국경과 연결된 도로의 다리가 무너졌다. 매일같이 중국으로 희토류를 실어 나른 탓이다. 희토류는 무게에 따라 경(輕)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뉘는데, 경희토류는 부존량이 10배 가량 많고 채굴도 상대적으로 쉽다. 자연히 중희토류는 더 구하기 어렵다.

③미국과 정면 충돌은 자충수


이 같은 경제적 이해득실보다 중요한 건 희토류에 담긴 정치적 의미다. 희토류는 현재는 물론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실제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카드를 꺼낸다면 양국 관계의 파국을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2018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줄곧 폭탄 관세를 얻어맞고 화웨이 등 대표기업이 제재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2년 후인 지난해 11월에서야 ‘수출통제법’을 제정해 희토류 수출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했다.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의미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염려하는 표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중국 정부가 F-35스텔스전투기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자,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다음날 바로 “대테러나 전쟁 등 극단적 상황 외에는 수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일부 서구 언론이 미국과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옵션으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이 더 압박하면 중국도 대응수위를 높이겠지만 당장 희토류라는 극약처방으로 정면 충돌을 불사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