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연대’의 강도는 미국의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다. 미국의 공언과 달리 주요7개국(G7)은 눈에 띄게 중국을 몰아세우지 않았다. 기세가 오른 중국은 “관계 악화는 미국의 손해일 뿐”이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G7 정상들은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고작 한번 언급했다. 그것도 “공정하고 호혜적인 세계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등 경제대국을 포함한 G20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그쳤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에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미국이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맞서는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G7 회원국도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을 상대하는 공통된 접근이 필요하지만 대서양 국가간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발을 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전략적 자치가 중요하다”면서 미국 중심 세계질서에 일침을 놓았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 국내 정치의 심각한 혼란 때문에 우방국들의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은 선진국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여전히 미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복귀’를 선언하며 강조한 ‘다자주의’를 물고 늘어졌다. 미국이 다자주의를 명분으로 패권을 복원하고 중국을 옥죌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쑤샤오후이(蘇曉暉) 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망에 “다자주의가 한 국가의 위력을 발휘하려는 수단이거나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뤼샹(呂祥)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구체적 계획도 없고, 국내 정치와의 균형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반중 여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해 으름장을 놓았다. 전임 트럼프 정부의 대중 협박카드인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거론하며 “과거의 잘못을 답습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이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 상공회의소 분석자료를 인용, “디커플링을 고집하면 2025년까지 매년 1,900억달러(약 210조원), 즉 지난해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가 줄어들 것”이라며 “항공업계의 일자리는 22만5,0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기회, 미래,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