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제조ㆍ판매 허가를 취소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서로 모순된 듯한 두 판결은 ‘국가기관 처분의 적절성’을 다투는 행정소송 재판과 ‘범죄 혐의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사건 재판의 판단 기준 차이에서 비롯됐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사실과 다른 자료를 식약처에 냈고, 식약처의 검증도 불충분했다’는 점은 두 재판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19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제조ㆍ판매 품목 허가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로써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직권 취소 처분은 계속 유지되게 됐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유래세포(1액)와 세포조직 증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가진 세포(2액)로 구성된 주사제로,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 유전자치료제 1호였다. 그러나 미국 임상시험 중 2액 세포에서 신장유래세포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혼입된 사실이 드러났고, 2019년 7월 식약처는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의약품 성분의 탄생과정은 중요치 않고, 인보사의 안전성은 검증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는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 당시, 2액의 정체성을 의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식약처에 정직하게 알리지 않았다”며 식약처의 취소 처분이 정당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약품은 사람 생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 부분이 품목허가 신청서 기재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위 자료 제출 탓에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못 했다”는 식약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불리한 심사결과를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실험결과를 조작했다고 인정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 형사사건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 권성수)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이사 조모씨와 상무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의 경우,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식약처 공무원에게 175만원 상당의 향응(뇌물)을 제공한 혐의만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조씨 등의 핵심 혐의는 식약처에 인보사 허가를 신청할 당시, 쥐 실험에서 일부 악성종양이 발생한 점을 삭제하는 등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식약처가 2액 세포 성분에 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더 충실한 입증을 요구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식약처의 부실 검증 책임을 지적했다. ‘행정청의 인허가 처분 땐 출원 사유가 사실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심사를 해야 하는데, 허위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허가를 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허위자료를 제출해 관계당국을 속인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도 상당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으므로 항소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검찰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 지난해 7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숨긴 채, 2017년 11월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고,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